더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던 강남서명대는 지난 9월부터 버스킹(길거리 라이브)을 시작했다. 강남서명대 멤버들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버스킹을 위해 여러 차례 모여 연습을 했고, 뮤지션을 섭외해 함께 하기도 했다.
지난 29일은 강남서명대의 '세월호 추모 버스킹'이 열리는 날이었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멤버들은 악기를 세팅하고 마이크 상태를 점검했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3번째 버스킹이 시작됐다.
이날 공연에는 전민주, 전승훈, 스캇 힐더브랜드, 최영숙, 문성희, 이종민, 김기태, 전경미 씨 등 8명이 참여했다.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라는 가사로 널리 알려진 백자의 '화인'에서부터 2016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포크 부문을 수상한 권나무의 세월호 추모곡 '이천십사년사월', 임형주가 불러 유명해진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등의 노래가 강남 길거리에 울려 퍼졌다.
오후 9시쯤, 1시간 20분 남짓한 버스킹이 끝났다. 강남서명대 멤버들에게 '서명운동 및 버스킹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 "세월호 참사, 너무나 슬픈 사건… 추모 버스킹 일원 돼 자랑스럽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강남서명대에서 활동 중인 전상훈 씨는 "304명이 죽어간 4.16 세월호 참사는 너무나 큰일이었다. 초반에는 각자 슬프고 답답한 마음을 SNS에 쓰는 정도밖에 없었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한다는 걸 듣게 됐다. 저희도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유가족들이 승낙해 그 해 5월 12일부터 서울·경기 23개 지하철역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시 초기 멤버 중 한 명인 이기현 씨는 "2년 반 동안 한 주도 서명을 쉬지 않았지만 저희 서명대는 언제나 사람들로 러쉬를 이뤘다"며 "시간이 흘렀으니 잊혀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아예 못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에 동의하고 다가와주는 친구들 덕에 잊힌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다. 때로 나이 많은 분들이 험한 말하고 지나갈 때 도리어 젊은 친구들이 저희를 보호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외롭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거의 안 했다"고 밝혔다.
스캇 씨는 강남역에 왔다가 우연히 강남서명대 멤버를 만나게 된 인연으로 버스킹 멤버에 합류했다. 시카고 출신으로 2013년 한국에 온 스캇 씨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슬프고 혼란스러웠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국제뉴스를 보며 세월호 소식을 접하고 있었고,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도 내한 공연 왔을 때 세월호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스캇 씨는 자발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강남서명대 멤버들을 만났을 때 아주 좋았고 흥미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버스킹에 합류하게 됐을 때도 기뻤다. 나도 이 무리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전문 뮤지션으로 홍대, 이태원 등에서 버스킹을 해 온 전승훈 씨는 스캇 씨와의 친분으로 버스킹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스캇 씨는 음악작업을 위해 잠시 한국을 떠나지만, 전승훈 씨는 앞으로도 추모 버스킹을 이어가며 빈자리를 채워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