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국회가 정권을 이양할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은 새누리당 친박계의 주장처럼 일견 퇴진에 무게를 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즉각 하야는 물론 언제 물러날 것인지도 전혀 밝히지 않아 오히려 자진해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민감한 표현을 피한 채 '대통령직 임기단축'이라는 수사를 동원해 정치권에 다시 개헌의 공을 던졌다.
정치권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탄핵과 동시에 개헌에 착수해야 하는지를 놓고 야권의 친 문재인 진영과 비문, 새누리당내 비박계가 맞서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논의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틈새를 교묘히 파고 든 것이다.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우선 탄핵은 급속히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당장 탄핵보다 개헌에 무게를 둬 온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난기류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최소한 28표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가까스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개헌정국으로 인해 탄핵이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인용 결정을 끌어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야권은 우려하고 있다.
또 정치권이 개헌논의에 들어가면 발의에서 공고, 국회의결,국민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헌안이 바로 발의되더라도 110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또 권력구조개편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개헌안을 마련하더라도 국회 2/3 의석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는 사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날 공산이 클 것이라는게 박 대통령의 계산인 듯 하다.
설령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모든 일정을 감안한다면 박 대통령은 최소 5~6개월 이상 시간을 번다는 얘기가 된다.
임기단축을 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종료를 눈앞에 두게 된다.
임기단축을 수용할 수도 있으니 개헌논의에 착수하라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런 함정이 있다.
야권과 비박계를 흐트러뜨려 탄핵을 막고 개헌문제로 서로 싸우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점이 이번 대국민담화에 담긴 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