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노림수, 개헌으로 탄핵전선 분열유도

'비박계 이탈 유도...탄핵 막고 개헌으로 정치권 싸워보라'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29일 3차 대국민담화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밝힌 것 처럼 '무서운 함정'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이 "국회가 정권을 이양할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은 새누리당 친박계의 주장처럼 일견 퇴진에 무게를 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즉각 하야는 물론 언제 물러날 것인지도 전혀 밝히지 않아 오히려 자진해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민감한 표현을 피한 채 '대통령직 임기단축'이라는 수사를 동원해 정치권에 다시 개헌의 공을 던졌다.


정치권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탄핵과 동시에 개헌에 착수해야 하는지를 놓고 야권의 친 문재인 진영과 비문, 새누리당내 비박계가 맞서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논의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틈새를 교묘히 파고 든 것이다.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우선 탄핵은 급속히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당장 탄핵보다 개헌에 무게를 둬 온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난기류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최소한 28표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가까스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개헌정국으로 인해 탄핵이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인용 결정을 끌어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야권은 우려하고 있다.

또 정치권이 개헌논의에 들어가면 발의에서 공고, 국회의결,국민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헌안이 바로 발의되더라도 110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국회 귀빈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최순실' 특검 후보 추천 등을 위한 야3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현재 개헌 자체는 물론 권력구조개편안을 놓고도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을 둘러싸고 맞서고 있다. 단일한 개정안을 내는데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또 권력구조개편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개헌안을 마련하더라도 국회 2/3 의석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는 사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날 공산이 클 것이라는게 박 대통령의 계산인 듯 하다.

설령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모든 일정을 감안한다면 박 대통령은 최소 5~6개월 이상 시간을 번다는 얘기가 된다.

임기단축을 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종료를 눈앞에 두게 된다.

임기단축을 수용할 수도 있으니 개헌논의에 착수하라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런 함정이 있다.

야권과 비박계를 흐트러뜨려 탄핵을 막고 개헌문제로 서로 싸우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점이 이번 대국민담화에 담긴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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