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등 진퇴문제, 국회에 맡기겠다"…朴 사실상 개헌 요구

"정권이양 방안 만들어주면 대통령직 물러나겠다" 개헌논란 틈새 노려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최순실 사태 관련 3차 대국민 담화를 내놨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마련하는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퇴진 조건'을 제시했다. 본인의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을 요구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5분 미만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퇴진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퇴진에 조건을 걸면서 다시 국회에 공을 넘겼다. 국회가 일정과 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일정과 절차에는 '임기 단축'의 규정도 있어야 하고,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 5년은 헌법상 규정이기 때문에 임기 단축을 논의하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 국정 혼란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표현은 친박계가 주장해온 '질서 있는 퇴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국회가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는 경우, 개헌정국에 돌입해야 한다. 이 경우 야권과 여당 비박계가 추진하고 있는 탄핵 절차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치권의 동향에 따라 개헌정국으로 국면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야권의 비문(비문재인)진영,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과 동시에 개헌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틈새를 파고 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거듭 대국민 사과를 내놨다. 그러나 사리사욕은 없었다는 해명을 거듭 내놨다.

박 대통령은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 이 순간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면서 일방통행식 소통 행보를 보였다. 담화를 마친 뒤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며 "질문하고 싶은 것도 그때 하시면 좋겠다"고 말한 뒤 브리핑 룸을 떠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별도 기자회견을 가까운 시일 안에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통 취임하여 오늘 이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다시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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