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탄핵에 동의하는 반대급부로 개헌을 얻어내겠다는 발상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 내 대표적인 내각제 개헌론자다. 동시에 충청(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다.
여권의 국민적 지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을 돌파구로 충청권에 기반을 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행보에 도움으로 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내각제에 기반을 둔 이원집정부제로 헌법을 개정한 뒤 반 총장이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에 출마하고, 자신은 충청 의원을 결집해 내각을 접수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先) 탄핵 후(後) 개헌,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주장하는 선 탄핵 후 국무총리는 현실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탄핵과 개헌 거국중립내각은 동시에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 뿐 아니라, 새누리당 비주류 측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조건 없는 탄핵'에 반대 입장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비박계는 지난 27일 비상시국회의에서 개헌과 탄핵을 연관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모았지만 이 역시 일축한 결과다.
정 원내대표는 탄핵에 개헌을 연관시키는 이유에 대해 조기 대선 관측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탄핵 즉시 여야는 해산 정국으로 돌입한다"며 "이미 언론에서도 '벚꽃 대선' 관측 기사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가 3~4개월 후 가능한 시점에서 어느 정당이 한가하게 개헌 논의에 응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탄핵 후 개헌 논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탄핵의 전제조건으로 개헌을 내걸겠다는 얘기다.
그는 "탄핵을 (처리)하더라도 과도기를 관리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개헌 특위를 가동하자는 것이 일관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헌적 국정농단 개입이 문제가 돼 귀결된 탄핵 정국을 마치 헌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뒤바꾼 논리를 폈다. 정 원내대표의 고집스런 개헌론은 여당 내에서조차 "탄핵과 직접 관계가 없는 개헌을 자꾸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야권이 12월 2일 혹은 9일로 제시한 탄핵 일정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야당이 휘몰아치듯이 탄핵 소추 날짜를 제기하며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탄핵 정국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추 대표가 헌법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하며 60일 이내 조기 대선 준비가 어렵다며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해 달라고 얘기했다"며 "참으로 초헌법적 얘기"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촛불 민심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정 운영은 헌법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광장의 함성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라고도 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촛불 시위 현장에서 보수 세력은 횃불로 태워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정권을 잡은 듯 한 오만한 태도와 망발은 조만간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갈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추 대표를 겨냥해서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면 조속히 물러나는 절차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헌법 절차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황 총리 후임이 될 국회 추천 총리를 탄핵 이후 결정하겠다는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시중에서 추 대표를 '추언비어'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