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경제…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또 하향할 듯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우려 했던 각종 악재들이 현실화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가 우울하다.

가계부채 급증, 미 금리 인상 등으로 내수 절벽이 우려되는 데다 당초 회복을 기대했던 수출도 여건이 녹록치 않다.

일부에서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2%대 중반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욱 깊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다음 달 내놓을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는 주요 대내외 변수들은 안타깝게도 모두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이들 변수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 대선에서는 설마 했던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호조로 12월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된 상황에서 금리인상 속도와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 달러에 따른 자본유출 유인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의 시간차는 있겠지만 초저금리에 기반한 한은의 통화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내년 중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저금리에 기댄 경기부양의 종말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는 내재적으로 이미 초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 되고 있다. 성장률을 떠받쳐온 건설경기는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이로 인한 가게부채 급증 등으로 더 이상 경기를 끌어갈 동력이 될 수 없게 됐다.


건설투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1993년 이래 최고를 기록하며 성장률을 견인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데다 금리까지 오를 경우 부동산 경기는 급격한 위축이 우려된다. 내년 건설투자도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건설의 경우 분양된 아파트 등의 공사기간이 적어도 2~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내년에 건설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다만 올해 워낙 투자가 급증한 한데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이미 올 하반기부터 가계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지만 일정 수준을 넘기면 오히려 감소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올 하반기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됐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내년 우리나라의 소비성장률을 0.63% 포인트나 낮추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가계부채 급증으로 소비가 감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겹치게 되면 내년 내수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터져 나온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경제심리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 큰 악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96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7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심리가 나빠지면 경제의 활력을 잃게 되고, 이것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수출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물론 다수의 연구기관들이 올해는 수출이 증가하면서 그동안의 부진에서 다소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미국과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8일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 수출이 3.9%, 수입이 7.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세계 무역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요 수입국을 상대로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자 최대 수입국인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는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문제다. 올해부터 영국과 EU의 탈퇴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도 본격화된다. 신고립주의, 신민족주의 형태를 띠고 있는 트럼프의 등장과 브렉시트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세계 무역시장에 어떤 충격파를 던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의 흐름은 그동안 세계화를 이끌어온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질서의 모색으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무역마찰과 진통을 초래할 수 있다. 프랑스 등 다른 주요 국가들도 고립주의 성향의 지도자들이 승리할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어 이 또한 변수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나라 안팎의 악제들을 감안하면 내년 우리 경제는 2%대 중반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2.8%로 전망했지만 최근 불거진 대내외 악재들이 많은 만큼 다음달 발표할 전망치에는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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