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집필진들이 잘 읽었나 보죠?”
- 이슈는 수용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쑤셔넣은 ‘되게 희한한 교과서’
- ‘임정 계승은 하지만 대한민국은 48년에 수립’.. 앞뒤 안 맞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6년 11월 28일 (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심용환 소장 (역사N교육연구소)
◇ 정관용> 국정 역사교과서 오늘 공개가 됐습니다. 국정화 그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 분석조차 할 필요 없다, 분석 작업에 참여조차 하지 않겠다, 이런 움직임이 분명히 일각에 있습니다.
하지만 또 저희 시사 방송 입장에서는 안 들여다볼 수가 없죠, 내용을. 그래서 ‘역사전쟁’이라는 책을 내신 역사N교육연구소의 심용환 소장을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심용환> 안녕하세요, 심용환입니다.
◇ 정관용> 이 책이 E북 형태로 오늘 오후에 공개됐잖아요?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짧은 시간에 다 검토하셨어요?
◆ 심용환> 그러니까 하나하나 문장들을 다 들여다보지는 못했고요. 그런데 사실 계속 교과서를 보던 입장이어서 주요 내용들 위주로 검토했습니다.
◇ 정관용> 전반적으로 총평을 하신다면요?
◆ 심용환> 총평을 한다면 예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만큼 대놓고 드러내놓고 왜곡하지 않았고요. 대신에 많이 이슈가 되는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많이 수용하면서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막 쑤셔넣기 식으로, 음식을 막 섞듯이 만든 되게 희한한 교과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이슈가 됐던 걸 대부분 수용했다? 무슨 말이죠?
◆ 심용환> 그러니까 위안부 얘기라든지, 혹은 고대사에 대한 왜곡 우려라든지 혹은 임시정부 정통성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다 문장 그대로 “우리는 계승한다” 이렇게 써놨어요.
◇ 정관용> 교학사에서는 이런 것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었죠.
◆ 심용환> 그렇죠.
◇ 정관용> 왜곡하거나, 그런 것들은 교학사에 대한 지적은 다 받아들였더라?
◆ 심용환> 네, 올 한해 이슈가 됐던 대부분 다 수용을 한 거고요. 해놓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붙여넣는 형태로 진행이 됐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정관용> 하고 싶은 얘기를 어떤 식으로 붙여넣었다는 거죠?
◆ 심용환> 예를 들면 건국은 48년에 했지만 우리는 임시정부를 계승했다. 독재는 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성과가 크다, 이런 식으로 계속, 사실은 붙여질 수 없는 얘기들도 많은데 그렇게 붙이는 형태로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정관용> 지금 방금 건국은 48년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책에는 정확하게 건국이라는 단어가 나옵니까. 아니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단어가 나옵니까?
◆ 심용환> 대한민국 원래 정부 수립이었다가 대한민국 수립으로 나오죠. 그래서 건국이라는 말을 직접 쓰지는 않고요.
◇ 정관용> 쓰지는 않았어요?
◆ 심용환> 네.
◇ 정관용> 그런데 그거는 어떻게 해석하세요? 대한민국 수립이 곧 건국이에요, 아니에요?
◆ 심용환> 그러니까 정통적인 건 3. 1운동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사 또 그걸 계승한 것이 대한민국이다라고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여기서 아주 모호한 논법을 쓴 거죠. 그걸 계승을 하지만 48년에.
◇ 정관용> 임시정부를 계승을 하지만.
◆ 심용환> 계승한다는 명문이 아예 나와요. 그래서 계승은 하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48년에 수립됐다. 굉장히 앞뒤가 안 맞게 돼버려서 좀 문제가 있는 거죠.
◇ 정관용>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때 이미 존재했다?
◆ 심용환> 정부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심용환> 그런데 진정한 대한민국의 수립은 48년에 된다고 하니까.
◇ 정관용> 애매한 절충?
◆ 심용환> 네, 애매한. 그러니까 붙여넣기 식으로 절충을 한 게 되게 많아요.
◇ 정관용> 그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기존 검정교과서에는 표현이 돼 있었던 거죠?
◆ 심용환> 네.
◇ 정관용> 거기 정부 자가 들어가는 거랑 안 들어가는 거랑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청취자 분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 심용환> 그러니까 정부라는 말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이전에 이미 임시정부 단계에서 정부가 수립됐고 그게 정확하게 우리 안에서 현실화가 됐다는 정도. 그러니까 다시 정부가 수립됐다는 걸 얘기하고 정부라는 말을 빼는 건 그 전에는 대한민국이 없었는데 건국되었다, 이렇게 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써놓고 또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이중으로 이상하게 절충이 됐다.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얘기군요.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기존 교과서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 심용환>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폄하, 그리고 적대감 강화,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전에는 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그래도 그쪽에서 표방했던 정식 명칭을 썼다라면.. 지금은 그냥 북한 정권 수립.
◇ 정관용> 북한 정권 수립.
◆ 심용환> 그리고 뒤에 북한 파트가 예전보다 조금 더 늘어났어요. 그래서 화보도 많이 들어갔고 연평도, 천안함 이런 식의 어떤 우리가 북한 하면 떠오르는 공포감 느껴진 얘기들을 되게 자료로 많이 보강했죠.
◇ 정관용> 연평도, 천안함이면 최근 일인데 그것까지 다 기술이 됐다?
◆ 심용환> 그게 좀 이례적이죠. 보통 역사가 최근 얘기는 잘 안 다루는데 그걸 사진자료까지 넣고 명문화시켰다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결국은 북한에 대한 비판을 조금 더 늘렸다.
◆ 심용환> 그렇죠. 적대감을 강화하는 게 맞는 게 김일성의, 김일성이 이런 식으로. 사실 예전 교과서에는 김일성이라는 이름 자체도 잘 안 나왔는데 김일성이라는 말이 되게 많이 나오고 안보라는 단어도 되게 많이 나옵니다. 좀 특이한 사례죠.
◇ 정관용> 그리고 친일을 미화할 것이다, 이런 우려가 있었는데 그 대목은 어떻습니까?
◆ 심용환> 이건 사실 제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기는 해야 될 것 같은데 예전 교학사 때처럼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거의 워낙 비판을 많이 받으니까 친일 쪽은 상당 부분 뺀 것 같습니다. 대신에 박정희 미화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어요.
◇ 정관용> 그건 좀 이따 짚고요. 하여튼 친일 부분도 그렇고 오해될 만한 대목은 많이 줄였더라. 대신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많이 부각을 했나요?
◆ 심용환> 그거는 예전 검인정 교과서 비슷하게 특별하게 창의성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요.
◇ 정관용> 일제시대 거쳐서 그다음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 이걸로 넘어갈 텐데 먼저 이승만 정권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 심용환> 이승만 정권은 사실은 그렇게 예전 교학사 교과서는 굉장히 많이 비하했는데 그런 내용은 별로 없고 그냥 좀 비슷하게 하지만 조금 덜 나쁘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잘못한 걸 인정하지만 그때 입장으로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라든지 가장 좀 눈에 띄는 건 한미상호방위조약.
그러니까 6. 25전쟁 이후에 우리가 미군을 장기 주둔시킨 업적을 그 정권이 이룩했다. 이런 게 가장 튀는 부분이죠. 그러니까 그게 업적으로 안 느낄 수 있지만 그분들은 그게 업적이라고 강조해 오던 부분들을 드디어 교과서에 넣은 거죠.
◇ 정관용> 여태까지 다른 검정교과서에는 없던 내용이죠?
◆ 심용환> 그냥 담담하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서 미군이 장기주둔 했다는 것을.
◇ 정관용> 그런데 그것을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으로?
◆ 심용환> 네.
◇ 정관용>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 심용환> 그건 엄청납니다. 이건 가장 인상적이에요. 원래 교과서 구성은 대한민국 수립 그리고 민주화운동 그다음에 경제와 사회인데요. 민주화운동 쪽에 주요내용이 다 박정희로 가득 차 있어요.
◇ 정관용> 민주화운동 파트에?
◆ 심용환> 네, 아예 넘기면 크게 써 있는 글자도 박정희 정권기의 경제개발, 중화학공업 발전 이런 식으로 이 부분만큼은 정말 이번 교과서가 보여주는 가장 튀는 측면이에요. 그전 교학사 교과서도 그러지 않았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장의 제목을 민주화운동이라는 제목은 그냥 쓰고?
◆ 심용환> 왜냐하면 그건 검정기준이니까요.
◇ 정관용> 그런데 그 내부에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이런 게 나온다고요?
◆ 심용환> 왜냐하면 독재 정권과 싸우는 과정이니까 원래 독재 정권 이야기를 쓰기는 쓰는데 보통 독재정권 이야기 잘못된 모습과 그리고 반대편에서 싸운 얘기만 써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 얘기를 되게 줄이고 그런 과오가 있지만 경제개발을 정말 열심히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은 그동안 쓰지 않았던 포항제철 준공 장면 같은 사진도 넣고요. 5. 16군사쿠데타 사진 같은 유명했던 사진 다 빼고요.
◇ 정관용> 쿠데타 사진이 없어요?
◆ 심용환> 네. 굉장히 인상적이죠.
◇ 정관용> 대신에 포항제철 사진이 들어갔다?
◆ 심용환> 네.
◇ 정관용> 상징적인데요.
◆ 심용환> 그리고 그냥 책을 넘기면 다른 것들은 좀 면밀히 검토해야 되는데요. 그냥 현대사 뒤에 330, 340쪽 뒤에 넘기면 그냥 박정희 대통령을 아예 찬가를 하는구나라는 걸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어요.
◇ 정관용> 사진이 여러 장 들어가 있어요?
◆ 심용환> 사진도 대제목 같은 거 있잖아요. 굵직굵직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런 말도 많이 넣고요.
◇ 정관용> 5. 16을 쿠데타라고 쓰기는 씁니까?
◆ 심용환> 그건 이제 공식 명칭이 ‘정변’이에요. 그래서 그냥 똑같이 ‘정변’으로 나왔고요. 대신에 왜 쿠데타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담담하게 약간 보완설명을 하고요. 유신은 유신 이후에 중화학공업을 박차를 가했다, 이런 식으로 하고. 그러니까 초등교과서는 아예 변호형 문장을 썼다라면 변호형 문장은 아니지만.
◇ 정관용> 변호형을 뭐라고 썼어요?
◆ 심용환> 부득이하게 어쩔 수 없이. 그런 문장은 안 들어갔는데 내용을 읽다 보면 다 이렇게 느껴지게 문장을 재배열한..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유신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이런 내용은 별로 없고 중화학공업을 유신정권에서 했다 이 얘기가 많이 나온다?
◆ 심용환> 네, 분량이 아예 비교가 안 돼요. 그래서 민주화운동의 분량이 이렇게 적은 교과서는 제가 정말 근 10년 넘게 처음 봤습니다.
◇ 정관용> 전체 챕터의 제목은 민주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상으로는 민주화 운동은 조금만 쓰고 박정희 정권의 여러 가지 치적을 많이 썼더라.
◆ 심용환> 경제 발전. 그리고 아주 소량으로 경제 발전의 어두운 측면을 조금 넣고요.
◇ 정관용> 새마을운동에 대한 것은 혹시 달라진 게 있나요?
◆ 심용환> 새마을운동은 원래는 검인정 기준 자체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같이 쓰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교과서 이렇게 국정화할 때 기존 검인정 기준을 안 바꾸겠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몰래 기준을 바꿨고 긍정적인 것 위주로 다 썼고요.
◇ 정관용> 새마을운동은 긍정성으로만 평가를 했다?
◆ 심용환> 네, 부정을 빼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민주화운동에 대한 것은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군요.
◆ 심용환> 분량상.
◇ 정관용> 분량이 정해져 있으니까.
◆ 심용환>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 심용환> 그런데 이렇게 넘겨만 보시더라도 사진 자료 같은 게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옛날에 5. 18, 6월항쟁 이런 것이 빠지고 거기에 포항제철 이런 게 들어가 있으니까.
◇ 정관용> 5. 18 민주화항쟁 빠진 건 아까 얘기했는데 5. 18 광주 사진도 뺐어요?
◆ 심용환> 그러니까 분량이 확 줄어들었죠.
◇ 정관용> 사진의 양이?
◆ 심용환> 네, 대신에 그 자리를 경제 개발 사진을 많이 넣었죠. 화보의 양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번 교과서의 특징이.
◇ 정관용> 87민주화항쟁 사진도 있기는 있는데 양이 줄었고?
◆ 심용환> 네, 예전에는 그 챕터를 보면 이렇게 우리가 민주화운동을 했구나를 다 알 수 있거든요. 6. 3시위 사진도 있고 그랬는데.
◇ 정관용> 6. 3시위까지.
◆ 심용환> 그런 게 다 부마항쟁 이런 것도 없어지고.
◇ 정관용> 부마항쟁, 6. 3시위 같은 건 사진이 아예 빠지고?
◆ 심용환> 네.
◇ 정관용> 그렇군요. 독도에 대한 기술은 대폭 확대됐다던데 맞나요?
◆ 심용환> 대폭이라고 말은 했는데 뒤에 교과서의 구성상 보충자료 같은 데 위안부와 독도 이야기가 조금 더 늘어난 정도고요. 사실은 대폭 확대될 내용이 별로 없잖아요, 독도 얘기가.
◇ 정관용> 하긴 간단하죠, 내용이.
◆ 심용환> 그래서 확대시켜봤자 할 얘기도 없고요. 그렇게 인상적인 부분은 아니고 그냥 교육부장관의 변명성 발언이라고밖에 판단이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러면 전체적으로 봐서 아무튼 일제 강점기라든지 친일 미화 논란이라든지 이런 몇 가지 지적받았던 것들은 그나마 좀 수정을 했으니까 교학사 때보다는 조금 나아진 측면이 있다.
◆ 심용환> 굳이 말하면 내용의 오류나 이런 걸 보면 훨씬 심했어요. 그때는 눈치 안 보고 막 썼으니까. 이번에 눈치를 봐서 최대한 뺐는데 현대사에, 특히 박정희만큼은 우리는 양보할 수 없다. 그래서 아주 그냥 막 밀어넣은 셈이죠.
◇ 정관용> 교학사 교과서보다도 박정희 정권의 공의 측면, 경제개발 측면은 이번 게 더 많습니까?
◆ 심용환> 네.
◇ 정관용> 교학사보다도 많아요?
◆ 심용환> 훨씬 많아요.
◇ 정관용> 그래요? 교학사 교과서는 이승만이라든지 친일파라든지 다양한 거를 되게 많이 넣었잖아요. 그걸 쫙 빼고 다른 거 다 양보하더라도 박정희만큼은 충실히 넣겠다. 그래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보다도 훨씬 박정희 부분은 되게 튼실한.
◇ 정관용> 더 늘어났다?
◆ 심용환> 굉장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 정관용> 얼마 전에 저희 방송에서 어떤 분이 내년이 박정희 대통령 태어난 지 100년 되는 그런 해 아닙니까?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아버지의 태어난 지 100년 되는 해에 국정교과서를 선물로 바치려고 했던 것 같다. 이런 주장을 한 바 있거든요.
그런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집필진들이 잘 읽었나 보죠?
◆ 심용환> 정확히 읽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좀 너무 튀는 측면인 거고요.
◇ 정관용> 그렇군요. 집필자들이 결국 공개가 됐잖아요. 좀 분석해 주세요, 어떤 분들이.
◆ 심용환> 사실은 좀 충격적입니다. 그러니까 첫째는 이미 벌써 알려졌지만 현대사 쪽에 현대사 연구자가 한 명도 없다.
◇ 정관용> 전부 정치학자, 경제학자.
◆ 심용환> 법학자 심지어 육군사관학교 학사 출신의, 현재 육사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 쉽게 말하면 군인 출신.
◇ 정관용> 그러니까 사학과 소속 교수는 현대사 파트에는 아무도 없는 거군요?
◆ 심용환> 그리고 근대사 쪽은 그냥 경력만 보면 그래도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분들이 다 뉴라이트 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 쪽과 관련을 맺었던 분들로만 쫙 채워져 있고요. 근현대사 부분은 작정하고 그런 분들 위주로 깔았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이거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근현대사 파트에는 사학과에 몸 담고 있는 교수들을 집필진으로 아무리 위촉하려고 해도 동의하는 분이 없었다는 거라고도 볼 수 있죠.
◆ 심용환> 보통 교과서가 그래도 질이 많이 좋아졌었기 때문에 좀 유명한 교수님들이 많이 참여하셨어요. 그래서 김한정 교수님이나 주진오 교수님 같은 학계에서 대개 인정받는 분들이 교과서 제작을 주도하셨었는데.
◇ 정관용> 그동안의 검정교과서 때?
◆ 심용환> 그렇죠. 그런데 지금은 사실은 이분 누구지 할 정도로 어찌됐건 전공자들 입장에서는 좀 낯선 분들도 많고요. 되게 좀 충격적인 부분이죠.
◇ 정관용> 고대사나 이런 데서는 논란이 될 부분이 없나 보죠?
◆ 심용환> 네, 생각보다. 우려는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현재로서는 이건 조금 더 자세하게 보기는 봐야 될 것 같지만 적어도 이렇게 대강 훑어봤을 때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좀 전근대사 쪽은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근대 그리고 현대 파트가 문제가 되고 집필진도 문제가 있고 특히 현대에 박정희 정권 시대가 너무너무 튄다?
◆ 심용환> 왜냐하면 민주화 부분도 들어가 있고 뒤에 경제와 사회 부분도 박정희 얘기만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교과서에 현대사 챕터가 4개 챕터인데 그중에 무려 2개가 박정희 대통령만 서술하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죠.
◇ 정관용> 오늘 고려대 북한학과의 유호열 교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마구 오르내리던데 왜 갑자기 이분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거예요? 집필진의 한 분으로 참여를 했죠?
◆ 심용환> 사실은 그렇게 유명한 교수님은 아니시고.
◇ 정관용> 이분도 사실 정치학자 아닌가요?
◆ 심용환> 네.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 정관용> 그런데 현대사 파트에 썼어요.
◆ 심용환> 그리고 오늘은 기도 이런 식으로 해서 정치발언을 하셨는데 그래서 저도 좀 쭉 봤는데 이분은 사실은 학계의 경험보다는 이렇게 국가 관련, 정치 관련 그런 번외 일을 많이 하셔서 저는 좀 학자의 느낌이 안 나서 당황스럽더라고요.
◇ 정관용> 그나저나 이 교육부가 한때는 이걸 일단 현장 검토본을 내긴 내지만 이거랑 검정본을 동시 사용하는 방안 아니면 시범학교 몇 군데만 쓰는 방안 등등을 검토한다 그러다가 청와대랑 협의를 하더니 또 입장이 바뀌었다더라, 이런 얘기도 있던데 어떻게 된 거죠? 오늘 공개하면서 장관은 뭐라고 그랬습니까?
◆ 심용환> 그러니까 장관이 서론을 길게 끌고 기자들이 물어봤을 때도 제대로 답변을 안 내려줬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이게 되게 황당한 게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발행 즉시 국정교과서를 사용해야 되고 지금 대안교과서를 만든다든지 교육감들이 정한다든지 이런 모든 게 다 불법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이거는 지금 번복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결국은 교육부가 촛불의 어떤 눈치를 보거나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밖에는 판단이 안 되는..
◇ 정관용> 어쨌든 그래도 눈치를 봐서 교육부는 좀 생각을 바꿔보려고 한 모양인데 청와대와 협의한 후에 또 바뀌었다면서요, 입장이. 그냥 강행한다는 식으로.
◆ 심용환> 그러니까 이게 어찌됐건 인쇄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은 좀 모르는 거고요. 다만 그리고 절차도 사실은 교육부가 그냥 이제 안 하겠다, 포기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거거든요.
◇ 정관용> 끝나는 거죠. 법을 개정해야 될 사안도 아닌 거고.
◆ 심용환> 그렇죠, 그냥 고시 절차니까. 다만 인쇄가 돼서 현장교과서로 나와버리면 그때부터 심각한 문제가 되죠. 왜냐하면 기존 교과서 폐지가 확정되는 거고 이걸 다시 개정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조속히 1월달까지 매듭을 지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보수 쪽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분들도 몇 분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 분들조차도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요?
◆ 심용환> 네, 교총도.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그런 의사를 밝혔고요.
◇ 정관용> 교총도 그랬고 보수교육감마저 그랬고 그러면 17개의 모든 시도교육감이 국정교과서 우리 채택 안 하겠다라고 하면 이게 현장에 쓰일 수가 있습니까?
◆ 심용환> 그러니까요. 그게 말이 안 되는.
◇ 정관용> 실제 가능하지가 않잖아요.
◆ 심용환> 그렇죠. 조희연 교육감도 협조하지 않겠다라고 했고 선생님들도 불복종, 학부모들도 불복종. 다 그렇게 가니까.
◇ 정관용> 그런데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계속 강행하겠다는 건?
◆ 심용환> 그러니까 그때 교육부가 한 얘기가 뭐냐 하면 만약에 안 쓰면 현장교사를 체포하거나 불이익을 주겠다, 징계를 주겠다 그런 얘기까지 했는데. 말이 안 되는 과정인데 어찌됐건 만약에 진짜로 인쇄가 돼서 배포가 돼서 나오면 그 국정교과서에 대해서 저항한 행위 자체는 적어도 교육계 내에서는 다 불법행위가 되는 건 맞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오류 수정 절차 기간 동안 폐기를 하는 게 현재로서는 좀 가장 시급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가 없는 거죠.
◇ 정관용> 중학교는 무상이기 때문에 책을 그냥 주죠?
◆ 심용환> 네.
◇ 정관용> 그런데 고등학교 것은 학생들이 사야 되는 거죠?
◆ 심용환> 네.
◇ 정관용> 불매운동 얘기도 막 나오던데.
◆ 심용환> 그렇죠. 그러니까 할 수 있는 학부모들도 반대를 하고 너무 종합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죠.
◇ 정관용> 답답합니다.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심용환> 감사합니다.
◇ 정관용> 역사N교육연구소의 심용환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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