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왕당파라고 할 수 있는 친박 핵심들의 이 같은 극적인 전향은 국회 탄핵가결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졌다는 판단 속에 나온 것으로, 탄핵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이같은 논의 결과는 친박 핵심 중진의원들 간 오찬 회동과 연이은 초재선 의원 간 별도 회동을 통해서 나왔다.
앞서 오찬에는 서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정갑윤‧유기준‧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초재선 의원 회동에는 김명연, 홍철호, 박덕흠 의원 등이 모였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충심있는 의원들이 모여 해법을 논의했다"며 박 대통령에게 건의할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하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27일 전직 국회의장 등 여야 정치권의 원로들이 오는 4월로 시한을 못 박아 ‘하야’를 요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친박 중진들은 이같은 의견을 이날 청와대 정무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친박 중진들의 결정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젠 타이밍을 놓치면 박 대통령이 불행해진다"며 "박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줄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40여명이 탄핵에 찬성하며 의결 정족수(200명)을 이미 넘어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게 돼 버렸다는 얘기다. 더 이상 박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는 카드가 친박계에 남아있지 않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주류 친박계 핵심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하야를 요구한 사실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서 의원과 최 의원 등은 ‘퇴진을 건의키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일제히 부인했다.
서 의원 측 관계자는 "탄핵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 아니라, 탄핵이 된다면 경제와 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의 대외신인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탄핵 없는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 측도 "질서 있는 퇴진, 탄핵, 하야 등 여러 해법이 나오고 있는데 민심을 수용해서 좋은 해법을 찾아야 않겠느냐는 것이지 퇴진을 의견을 통일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친박 핵심들마저 퇴진을 건의했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퇴진 시기를 명확하게 못 박지 않거나, '개헌' 등 다른 조건을 단다면 큰 의미 없는 제안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퇴진의 조건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만약 개헌을 조건으로 한 하야라면 수용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조건부 하야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시기를 특정하지 않거나 개헌을 노리고 하는 퇴진 로드맵이라면 그대로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이미 출발한 '탄핵 열차'를 궤도에서 이탈시키려는 '교란용'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 29일 오후 탄핵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의원총회를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의 박 대통령에 대한 건의의 진의가 무엇인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