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던 국민과의 첫 약속을 뒤집은 데 이어 줄곧 거짓말과 시간끌기, 변명까지 더해가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검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대국민 약속 역시 언제 뒤집힐 지 모르기 때문이다.
◇ 검찰 첫 요구에 "변론 준비 필요"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대면조사를 요구한 건 지난 13일이다. 당시 검찰은 "박 대통령을 늦어도 15~16일에 조사할 것"이라며 "대면조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기소 전 반드시 대통령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박 대통령은 변호인의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결국 응하지 않았다.
이어 "변호인으로서 기본적인 의혹을 정리하고 법리를 검토하는 등 변론 준비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한다면 당연히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가 흡사 검찰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듯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데다 변론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미루자, "시간끌기", "변호인이 청와대 대변인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세간의 지적에도 박 대통령 측 입장 변화는 없었다.
검찰은 기자회견 당일 재차 "내일(16일)이 어렵다면 목요일(17일)도 가능하다"며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김수남 검찰총장까지 나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조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한 채 지난 19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했다.
다만 박 대통령을 이들 범행의 '공범'으로 적시하고, 박 대통령을 기존의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변경해 입건했다.
그러자 유 변호사는 이날 즉각 입장을 내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증거를 엄밀히 따져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검찰 수사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부 수반인 박 대통령이 법무부 소속 검찰을 무시하는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 시일을 늦추며 '정치적 셈법'에 따라 수사를 지켜보다, 공소장 공범 적시와 피의자 신분 전환 상황을 마주하자 아예 검찰 수사를 외면하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세번째 요구에는 "특검 일정 때문에 어려워" 변명 일색
검찰은 지난 23일 세 번째로 박 대통령 측에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28일 오후 "대통령께서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을 마련하고 내일까지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또 불응 의사를 밝혔다.
이어 "변호인도 어제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 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 관련된 부분의 준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는 협조할 수 없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변론 준비, 검찰 수사의 공정성 등 갖은 변명으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며 시간끌기 전략을 펼쳐온 박 대통령 측이 이번에는 특검 임명 일정까지 언급한 것이다.
유 변호사 역시 "차씨와 조 전 수석 관련 준비를 감안해야 한다"며 변론상의 이유를 더하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야당이 오는 29일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게 되고 내달 2일 특검 활동이 시작되는 일정상 검찰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대면조사 요구를 한 것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이 필요성을 인정한 대면조사를 끝내 거부한 박 대통령은 거짓말과 시간끌기, 변명을 이어가며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