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재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임 대사 등 임명장 수여 이후 10일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최순실 정국 수습방안 제시도 지난 8일 국회 방문 이후 20일 동안이나 없다. 대국민 사과는 지난 4일 이후 24일간이나 더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주 탄핵안 발의, 특검 임명요청, 최순실 국정조사 개시로 이어지는 초대형 악재를 앞두고 사과와 사태 수습책 등을 담아 '최후변론'에 나설 것이란 전망마저 무색해지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일시나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수시로 내부회의를 진행 중이지만 뾰족한 대응에 나서지 못한다. 정연국 대변인은 "여러 얘기 나오는 것같은데, 정해지면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같은 엄중한 시기에 너무 급하게 재촉할 문제는 아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역효과만 낼 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과 지난 4일의 대국민 담화 내용이 거짓말이나 말바꾸기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즉각 퇴진' 외에 민심을 충족시킬 메시지가 사실상 없다는 게 한계라는 얘기다.
탄핵과 특검의 최전방 방어선 구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표명 일주일째가 되도록 박 대통령은 이들의 거취 결정도 못한 채 권력 이완 상태를 노출하고 있다. 수리하고 다른 인물을 발탁해 전선을 구축하든지, 조속히 반려해 전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인사검증 절차 등 물리적 제약이나, 사정라인 동시 붕괴의 불상사 예방 등을 감안하면 반려가 타당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 장관은 완강하게 사의를 고수하고 있고, 한때 사의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던 최 수석도 '당장은 자리를 지키겠다'면서 사표 수리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통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만큼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주말 교육문화수석을 교육부 장관에게 보내 '철회는 없다'고 담판을 지었고, 이날 결국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했다. 하지만 탄핵안이 가결되는 등 정치환경이 변화하면 국정교과서가 폐기되지 말란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