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역습'…박근혜 정부 마지막해 법인세 인상?

예산안 처리 맞물려 이번주 증세 전쟁 분수령될 듯'누리과정-법인세 연계'

박근혜 정부는 첫해인 지난 2013년 5월 140개 국정과제가 담긴 공약가계부를 확정, 5년간 134조8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증세없는 복지'를 추진하기 위해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등이 나타나자 증세 요구가 커졌다.

그해 말 대대적인 증세 대신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 초과로 낮추고 과표 1천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16%에서 17%로 1%포인트 올리는 '미세조정'을 택했다.

이후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필요성이 매년 제기됐지만 '증세없는 복지'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도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상은 빠졌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증세 없이 마무리되는듯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세 논란이 다시 불꽃을 튀기고 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인 오는 12월 2일을 앞두고 야당이 합심해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등과 관련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로 구성된 20대 국회 상황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여권의 분열, 정책 리더십 실종 등이 맞물리면서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 정치권발 법인세 및 소득세 증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야3당 증세 막바지 파상공세…이번 주 결판

여야의 시선은 세법 개정안 중에서도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세율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인세와 관련해 야 3당은 공통으로 이명박 정부 때 내린 최고세율을 22%에서 원래 수준으로 복귀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 과세표준 200억원이 넘는 기업은 22%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는 것이 민주당 주장의 골자다.

국민의당 안은 과세표준 구간은 그대로 두되, 2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2%포인트 인상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의당은 과세표준을 2억원 이하, 2억원 이상 등 2개 구간으로만 나누고 2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모두 공통으로 세율 25%를 부과하자는 입장이다.

소득세의 경우 민주당은 근로소득 5억원 이상의 초고소득자에 대해 세율을 4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서는 연간 1억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38%다.

국민의당은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41%, 10억원 초과 소득자에 대해서는 45%까지 세율을 올리겠다고 나섰다.

정의당도 과세표준 1억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율을 현행보다 7%포인트 높은 45%까지 상향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면서 근로·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는 세율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야당의 계획에 대해서 "지금은 세율을 올릴 때는 아니라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법 관련 사항을 조율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매주 월·수·금 공식 회의를 열고 증세 논의를 하고 있지만 2주가 넘도록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 누리과정 연계? 소득세만 인상? '빅딜 시나리오' 무성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내년 예산안 처리의 가장 큰 걸림돌인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연계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시기 조절에 대한 정무적 판단은 늘 있는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이 더 다급한 가운데 탄핵 정국에서 여러 개로 초점을 분산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인 누리과정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다면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은 예산부수법안에 포함하지 않고 추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야당에서 원하는 수준의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야당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조9천억원을 일반회계로 편성하자는 입장인데 예산 심의가 막바지로 향하는 만큼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빼내 올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누리과정-법인세 연계 주장의 방점이 법인세 인상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 확보 방안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에는 법인세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대신 고소득자 중심의 소득세율 인상 방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차라리 소득세를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원하는 세입 확보를 위해서 소득세를 어떻게 얼마만큼 올려야 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앞서 2013년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3억원에서 1억5천만원 초과로 낮추면서 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연간 4천7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 정도로는 누리과정 예산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법인세는 물론 소득세도 인상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지만 정부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위 여야 간사와 국민의당 관계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요일인 27일 오후 비공개 회동을 하고 증세 관련 물밑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처리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앞으로 남은 조세소위 일정은 28일, 30일 이틀밖에 없다.

만약 비공개 회동, 공식 조세소위를 거쳐서도 결판나지 않으면 결정권은 결국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 손에 넘어간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세수 관련 법률안을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 없이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쳐진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에 법인세를 포함한 대규모 증세가 실현될지는 결국 이번주 국회 논의 과정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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