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스티커는 미술가 이강훈 작가가 경찰에 저항하는 의미로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19일 4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시작됐다.
예술·전시 분야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세븐픽쳐스'를 통해 스티커 제작비를 모았고, 이를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붙이게 한 것이다.
이 꽃 스티커는 국내 언론이나 인터넷뿐 아니라 외신들에게도 화제가 됐고,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을 때리기보다 꽃을 붙여주니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청장이 "어떻게 다 뗄지 걱정돼 쉽게 떨어지는 것만 떼고 나머지는 그냥 두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이날 집회에서 세븐픽쳐스 측은 잘 떼어지는 스티커를 준비했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모은 펀딩액은 300여만원. 이를 활용해 스티커 9만2천개, 생화 600∼700송이를 마련했다. 생화를 마련하는 데는 한 비영리단체의 후원이 있었다고 세븐픽쳐스 측은 전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스티커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던 전희재 세븐픽쳐스 대표는 "저희를 가로막는 경찰 차벽에 저항할 수 없을까. 꽃을 경찰에게 주거나 차벽에 꽃 스티커 붙이는 예술 퍼포먼스를 해보자고 해서 마련했다"며 "이번에는 잘 떼어지는 스티커"라고 설명했다.
실제 율곡로와 경복궁역 사거리 등 행진코스에 세워진 경찰 차벽은 참가자들이 붙인 꽃 스티커로 뒤덮였다.
권지원(30·여)씨는 "자꾸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박근혜 때문이 아니라 경찰 때문"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시위 방식의 하나이다. 평화로우면서 메시지를 경찰에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가람(23·여)씨도 "스티커를 붙이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이걸(꽃 스티커 붙은 차벽) 빨리 봤으면 좋겠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같은 뜻인지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커를 받아 붙이는 사람도 있지만 떼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스티커 때문에 운전이 위험해지거나 나중에 스티커를 떼느라 의경들이 고생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은 "차벽에 붙이는 것은 상관없지만, 운전석 주변 유리에 붙은 스티커는 시야를 가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찰 차벽에는 꽃 스티커만 붙지는 않았다.
차벽으로 세워놓은 일부 경찰버스 앞유리에는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의 '주차위반' 스티커나 '박근혜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 '불복종'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이 목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