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할 일 해야죠"…190만 시민의 '의무감'

분노한 시민들 "하나도 안 춥다", "날씨가 대수냐"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춥다고 출근 안 하지 않잖아요. 할 일은 해야죠. 투표를 하는 것도, 거리로 나오는 것도 제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26일 열린 5차 촛불집회에서는 서울 광화문 150만, 전국 190만이라는 숫자를 기록했다.

눈발이 휘날리면서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의무감으로 거리로 나섰다.


오후 4시 시작된 '청와대 인간 띠잇기' 행진에 참여한 직장인 박모(49) 씨는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드는 게 "시민으로서 주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투표할 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처럼 이것도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바지를 두 겹씩 껴입고 가장 두꺼운 옷을 입고 나왔다는 직장인 이지현(60) 씨는 "왜 거리로 나왔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야만 하는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촛불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상경(51) 씨는 "날씨가 대수냐"며 "나라와 국민, 무엇보다 내 자신을 위해 오늘도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나오지 않는 시민들은 이 상황이 괜찮아서 안 나오는 게 아니"라며 "먹고 살기 바빠서 못 나오는 거다"라고 이 씨는 덧붙였다.

딸과 함께 광장을 찾은 조모(50) 씨는 "날이 너무 춥기는 하지만 날씨를 떠나 자리를 채워야 할 것 같아서 앉아있다"고 말했다.

눈으로 거리가 다 젖으면서 바닥에 앉아있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분노한 시민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남 화순에서 올라온 시민 이종민(45) 씨는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참을 수가 없어서 서울로 올라왔다"며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게 민의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5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청운동사무소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김모(21) 씨는 "혹시 대통령이 '하야'의 뜻을 몰라서 하야를 안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번 사태에 단단히 화가 난 유모(21) 씨는 "사람들의 열기 때문에 오히려 따뜻하다"며 "날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씨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의미와 본질을 너무 흐려놓고, 국민들은 또 거기에 내성이 점차 생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정모(59) 씨는 "몸에 열이 많아 하나도 안 춥다"며 "날씨가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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