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에 동참한 청년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그들의 운동화는 이날 눈이 내리던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듯 흠뻑 젖어 있었다.
이날 청와대 방면 행진에 앞서 광장 한쪽에서는 정의당이 마련한 '청소년 자유발언대'가 진행됐다. 오후 3시 30분쯤 차량으로 이뤄진 무대에 오른 한 청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 나온 이유는, 지금은 재원이 되는 배움이 허락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배움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청년은 마치 소리꾼이 청중을 앞에 두고 세태 풍자극을 하는 듯한, 몸에 밴 말투로 "여기 계신 분들은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제가 묻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나라가 아닙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캐나다에 유학 간 제 친구가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두 명의 공주(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가 산다는 얘기를요. 그래서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확실히 두 명의 공주가 산다. 그런데 5000만의 임금님도 산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청중에게 "철부지 공주를 둔 임금님들, 그 두 명의 공주를 어찌 해야 할까요? 부모의 심정으로 어루만져야 할까요? 아니면 모진 매질을 가해야 할까요?"라고 재차 물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제가 오늘 광화문에 오면서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해 어머니의 손을 꼭잡고 쫓아오는 아이의 눈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8번 출구에서 김밥을 파시던 아주머니의 손에 이런 피켓이 들려 있는 걸 봤습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청년은 끝으로 "여러분,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라며 "그런데 두 명의 공주가 저기 안에서 저러고 응석을 부리고 있는데, 부모의 심정으로 저희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