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에 아랑곳없이 국정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4%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25일 발표했다. 당시까지 역대 최악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지난주까지 3주간 유지되던 5% 지지율마저 뚫렸다.
여권은 이미 회복불가 수준인 대통령 지지율 동향에 무관심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시점에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하루 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0.4%포인트 반등(9.7%→10.1%)이 생겼다. 그렇지만 애당초 0.4% 반등이란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전국에서 주최측 예상 200만명의 시민이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법원은 일몰 전 청와대 인근 200m까지 집회자들의 행진을 허용했다.
법원의 행진 허용 최북단 지점은 800m(지난 12일), 400m(19일)에 이어 갈수록 청와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민심을 점점 더 또렷이 들을 수 있게 됐다.
각계의 반대를 무시한 채,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가해 다음날 양국간 '밀실 서명'을 통해 발효시켰다. 대북 공조라는 명목이었지만, 일본은 협정을 근거로 우리 군의 부대 배치 등 민감 정보를 요구하는 등 '한반도 진출 야욕'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25일에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에 최혜리 변호사를 내정하는 등 대통령의 직무를 계속 이어갔다.
말 많고 탈 많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출간도 철회 없이 진행 중이다. 임시정부 축소, 박정희 미화 등의 우려로 국민적 반발이 일었지만, 1년간 비밀리에 강행된 국정 교과서 검토본이 28일 공개된다.
"공개 뒤 민의를 수렴해 철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지만,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라는 박 대통령의 고집이 꺾일지 알 수 없다.
국정주도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지만,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장악력은 이완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이란 중대 사변이 벌어지는가 하면, 인적쇄신 이후 25일이 지나도록 정책조정수석 등 주요 보직을 채우지 못하는 등 참모진 장악에 허점이 드러난다. 법무부 장관의 사표 역시 반려도 수리도 못한 채 6일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