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는 박 대통령을 탄핵을 통해 강제로 끌어내리는 대신 개헌을 통해 자연스럽게 임기를 단축하는 방식을 상정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밑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흐름이 감지된다.
비박계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개헌을 통한 우회적인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 야권이 주장한 12월초 탄핵 처리에 동조하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간 동안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단행해 하야를 이끌자는 것이다.
◇ 親朴 "朴 대통령 임기, 개헌 통해 단축"
친박 핵심 의원은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왜 탄핵만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시키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비박계가 중심이 돼 70여명이 참석했던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더러 제기됐다. 이철우 의원 등 2~3명의 의원이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 주장을 폈다.
임기 단축 개헌은 내년 4월 국민투표 실시를 통해 내각제 혹은 내각제에 기반을 둔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체제를 개편하자는 주장이다. 체제가 개편되면 대통령직은 없어지거나 상징적 국가원수에 머물게 돼 박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
개헌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게 탄핵안 처리를 국회 국정조사 완료 시점(1~2월)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처리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 非朴 김무성 측근들 '딜' 원해…"野에 탄핵 주고, 개헌 받자"
비박계의 개헌론은 탄핵과 개헌의 동시 추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 23일 최순실 게이트를 제왕적 대통령제 탓으로 돌리면서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선 탄핵보다 개헌이 중요한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 개헌만 이뤄내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아도 다수당 당수로서 수상(首相)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때문에 탄핵에 적극 찬성하는 대신 야권으로부터 개헌 동의를 받아내는 구상이 거론된다. 탄핵안에 이미 동조 의사를 밝힌 40여 명 의원이 12월초 표결에 찬성하되, 탄핵심판이 이뤄지는 2~6월 사이 개헌을 관철시킨다는 구상이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야당의 탄핵에 동조해 줄 수 있느냐"며 "개헌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정국을 활용한 개헌에 부정적이어서 친박의 개헌 주장이 오히려 접점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탄핵 표결을 미루거나 하지 말자는 친박 주장에 동의해줘야 하는 난제가 깔려 있다.
◇ '개헌-탄핵' 분리론…"최순실 게이트, 개헌과 무관"
비주류 내에서는 탄핵은 탄핵대로 처리하고, 개헌과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최순실 게이트는 헌법을 위반한 사람들의 문제일 뿐 개헌으로 귀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우 의원은 "탄핵 국면을 개헌을 통해 돌파하긴 어렵다. 최순실 사태와 개헌은 무관하다"며 개헌론을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금의 개헌은 특정 정치세력의 바람"이라며 "조기 탄핵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저항이고 역사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