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로힝야 족 말살 위기, "아웅산 수 치는 어디에?"

미얀마의 '인종청소', 침묵하는 아웅산 수 치 ②

아웅산 수 치(사진=유튜브 캡처)
미얀마의 로힝야 족은 인구수가 현재 백 1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나라의 135개 종족 중 하나지만 국민으로 인식되지 않고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 왔다.

국민의 90%가 불교도인 이 나라에서 회교도들인 로힝야 족은 옛 동 벵갈, 즉 지금의 방글라데시로부터 유입된 이민자 취급을 받는다. 로힝야족은 시민권을 갖지 못해 취업은 물론 의료 서비스를 받거나 자유롭게 이동하기도 어려우며 이들이 많이 사는 라킨 주에선 가정당 두 명까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차별하는 법까지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또 '로힝야'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금지되고 있으며 인구조사에서 이들을 '벵갈인'으로 표기된다.

지난해엔 미얀마 군정의 박해를 피해서 로힝야 족 수천 명이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향했으나 이들 국가가 받아주지 않는 바람에 '보트 피플'로 바다를 떠돌아 국제 문제로 떠올랐다. 유엔은 로힝야 족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핍박받는 소수 민족'으로 규정했다.

이들이 역사적으로 차별대우를 받아오긴 했으나 불교도들과는 평화롭게 공존해왔다. 그러나 군사독재가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악화됐다.

2013년 3월 20일 인구 10만명의 미얀마 중부 메이크틸라 시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발생한 유혈 폭동이 사흘간 지속됐다. 폭동은 무슬림(회교도) 금은방 주인과 불교도 판매원 두 명간의 다툼에서 촉발됐다. 흥분한 불교도들이 무슬림들의 집과 학교, 사원에서 폭행과 방화 행위에 나서 43명이 숨지고 수천 명 대피했다. 무슬림들은 경찰이 사태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 폭동은 결국 당시 미얀마의 대통령이 이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하면서 진압됐고, 7월에는 불교도 22명이 기소됐다. 앞서 2012년에도 라킨 주에서 무슬림들에 대한 공격으로 110명이 숨졌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미얀마에서는 무슬림들에 대한 혐오가 대중적으로 커졌다. 특히 이런 혐오를 일부 승려들이 적극 부추기고 있다.

극단적 불교단체 지도자 우 위라투(사진=CNN 캡처)
미얀마 만달레이 시의 승려 '우 위라투(U Wirathu 혹은 아신 위라투라고도 불림)'는 '인종과 종교 보호 위원회'라는 극단적 국수주의 불교 운동 단체를 이끈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불교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무슬림)의 법은 불교도 여성이라도 결혼하면 이슬람교로 개종하도록 한다. 그들은 많은 아내를 거느리고 아이를 많이 낳는다. 그들의 인구 수가 늘어나면서 우리를 위협한다. 그리고 그들은 폭력적이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단체는 무슬림이 운영하는 사업들을 보이콧하라고 대중들에게 권하고 있다. 무슬림 사업 불매운동인 '969'운동도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메이크틸라 폭동 당시 900명의 무슬림을 자신의 절에 받아들이고 보호했던 '우 위에 둑타(U Wie Douktah)' 주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종교간 갈등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위에 둑타 주지(사진=CNN 캡처).
한밤중에 칼로 무장한 폭도들이 무슬림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데 맞서 제자들과 함께 새벽까지 절문을 지켰던 그는 "그 건(미얀마의 종교 갈등) 모두 정치적인 것이다. 실제로 종교인들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정치 집단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아웅산 수 치의 민간 정부가 출범했지만 군부가 아직도 상하원의 국회의원 중 25%를 지명할 정도로 세력이 강력하다. 대중의 이슬람 혐오 감정이 커진데다 군부가 민간 정부의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웅산 수 치의 입지도 좁아 로힝야 족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인권 활동가들은 지난 91년 가택연금 상태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뒤 2012년 6월에 이 상을 받아들이면서 아웅산 수 치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난민, 홈리스, 희망 잃은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점을 지적하며 그녀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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