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은 23일(현지시간) 밤 소피아 필하모닉 전용극장인 잘라불가리아(불가리아홀)에서 열린 '제6회 피아노 엑스트라버갠자(피아노 향연)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연주회에는 현지 클래식 팬과 교민뿐만 아니라 각국 외교단과 인근 동유럽에서 온 애호가들로 1천석 공연장이 만원을 이뤘다.
불가리아는 전체 한인이 약 3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지역으로, 이날 콘서트 열기는 조성진에 쏠린 현지 클래식 팬들의 관심과 인기를 잘 보여주었다.
이날 연주는 알반 베르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소나타 C단조(D.958), 프레데릭 쇼팽(1810∼1849)의 프렐류드 Op.28 순으로 진행됐다.
일반 청중에게 다소 난해하면서도, 자칫 호러영화 배경음악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베르그 소나타를 조성진은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로 해석해 청중의 귀를 틔우고 마음을 열었다.
조성진은 연주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베르크의 피아노 소아타는 로맨틱한 곡"이라면서 "바로크의 소나타 양식을 취하면서 현대음악 기법인 무조(無調)음악으로 작곡돼 다양함이 녹아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소나타에서는 청중의 몰입도가 한층 높아졌고, 휴식 후 2부 쇼팽 프렐류드 연주를 마치자 공연장이 감동의 박수와 함성으로 물결쳤다.
계속되는 관중의 환호에 조성진은 대중에게 친숙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쇼팽의 폴로네이즈 Op.53 등 3곡을 앙코르로 선사했다. 쇼팽의 폴로네이즈는 조성진이 국제 쇼팽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공연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서울 공연 표가 9분 만에 동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성진은 "놀랍고 신기하고, 그리고 감사할 뿐"이라며 "기대에 부응하는 연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성진은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은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고 큰 홀에서 연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면서 "일상은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내년 여름엔 클래식 팬들이 기다리던 '조성진표 베토벤'을 드디어 만날 수 있다.
조성진은 이날 인터뷰에서 "내년 8월께부터 베토벤 '비창'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날 공연 객석에는 '남이 장군 19대 후손' 카멘 남(59) 국립소피아대 교수(지리학 및 국제안보학)가 가족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남 교수는 "문화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면서 "이번 연주회는 불가리아인들이 한국에 관해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화행사"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내년 6월에 같은 장소에서 소피아 필하모닉과 협연 일정이 잡혀 있다.
신부남 주(駐)불가리아 대사는 "조성진씨를 비롯한 한국 연주자들의 활약으로 케이팝 외에도 '한류'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이 불가리아에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