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수협은행…'집토끼 잡고 산토끼 쫓고'

이원태 행장 "해양수산 대표 은행으로 도약…사업영역 확장"

(사진=수협은행 홈페이지 화면 캡처)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홀로서기에 나서 수협은행으로서는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정도의 커다란 변화 소용돌이 영향권으로 접어들었다.

개정 수협법에 따라 수협은행이 중앙회로부터 분리되는 2016년 12월1일 이전 수협은행의 위상이 수협중앙회의 금융사업부문에 불과했다면, 12월1일부터는 주식회사 형태의 별도법인으로 홀로서게 됐다.


자금운용과 같은 은행업무나 인사 등 은행의 고유업무를 추진할 때 수협중앙회의 논리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주의견을 대변하는 경영진이 독자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추진할 여지가 조금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를두고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거란 시각도 있지만, 주식회사는 엄연히 주주들에 의해 구성된 경영진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로 판단받는, 책임이 보다 선명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는 수협중앙회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비공식적으로 내지는 변칙적으로 경영에 간섭할수는 있을지언정 드러내놓고 경영에 간섭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구조적인 변화가 도래한 만큼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적지않은 부담도 안게됐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22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자본금 2조 원대의 중견은행으로 해양수산 대표은행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 한 관계자는 "중앙회가 지도감독이란 명분으로 경영와 인사, 예산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융기관은 독립성, 독립경영이 중요한 만큼 (과도한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협법 개정이전 수협은행의 생사여탈권을 쥔 곳은 수협중앙회였지만 바뀐 구조속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다름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 충족을 위해서 앞으로 수협은행은 9천억원을 증자해 자본금을 2조원까지 늘려야 하고, 증자재원은 수협중앙회가 수금채를 발행해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중앙회의 수협은행 지분은 여전히 100%.

수협중앙회는 어촌어민들의 모임인 전국 수산업협동조합들의 모임이자 단위수협의 상부기관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어 어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존립이유이다.

연장선상에서 수협은행도 가장 큰 고객은 어촌주민이었고 주민들은 수협은행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아왔다. 중앙회와 수협은행이 분리된 상황에서도 수협은행의 최대고객이자 가장 큰 존립기반은 어민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의 기준을 적용받게 되고 분리된 수협은행이 내세운 장단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커다란 시장으로 나아가 시중은행·농협과 경쟁해야 한다. 기존 시장에 안주해서는 이뤄내기 어려운 목표들이다.

수협은행은 2021년까지 은행자산 7조원 증액(총액 35조), 당기순이익 1700억 원, 1인당 영업이익 1억1000만 원(현재 6000만 원) 등의 중기 목표를 제시해둔 상태다. 목표달성의 방법론으로 '집토끼 지키기'와 '산토끼 사냥' 등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해양수산금융 확대, 투자은행·부동산개발-임대사업으로의 사업영역 확장 등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소유구조를 갖추게 됐고 앞서간 농협은행 사례가 있어 책임경영의 경험을 제대로 쌓는다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와 실질적인 경영독립이 가능할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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