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합병에 대해 석연찮게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깊게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4일 오전 10시 문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문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의결권전문위원들에게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분한테 전문가로서 의견을 물어본 것 뿐"이라고 했고, 안 전 수석의 지시였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반복했다.
이어 쏟아지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아는대로 성실히 답변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문 전 장관은 2014년 7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당시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이런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배경에 문 전 장관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합병은 가까스로 통과됐고, 이로 인해 삼성 일가는 7900억 원의 실이득을 챙기게 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억~1200억, 많게는 5900억 원까지 손실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낮게 조정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 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돈이어서 국민연금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손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찬성 의결이 이뤄진 경위와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삼성측과 사전에 모종의 교감이 있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전일(23일) 오후 12시 30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새벽 4시까지 16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날 검찰은 국민연금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삼성과 최 씨와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검찰은 삼성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순실 모녀에게 35억원을 직접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35억원 중 20억여 원으로 최 씨는 호텔과 주택을 구입했고, 10억 원 가량으로는 정유라의 명마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은 전지훈련 비용 등으로 2020년까지 186억원을 최순실 쪽에 추가로 지원하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쪽에 총 239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데 동원된 배경과, 삼성-최씨의 직거래 등이 대가성인지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관측된다. 대가 관계가 인정되면 최씨 등에게 적용될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