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46분께 신모(21·여)씨는 차움병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을 모 종합편성채널 A기자로 소개하고, 제보받은 건이 있다면서 병원장 인터뷰를 요청했다.
콜센터에서 이런 메모를 전달받은 이동모 차움병원장은 방송사 기자인 줄 알고 신씨에게 전화를 되걸어 인터뷰 거절 의사를 전하다가 결국 만나만 달라는 신씨의 요청을 수락했다.
신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강남구 청담동 차움병원을 찾아갔고, 이 원장은 별 의심 없이 신씨와 30분가량 인터뷰했다.
신씨는 기자인척하면서 이 원장에게 차움병원이 박 대통령과 최씨 가족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해줬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신씨가 전문용어는 물론 관련 내용도 잘 모르는 등 어딘가 어설프다는 점을 뒤늦게 눈치채고 신씨에게 명함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당황한 신씨는 명함을 지하 3층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에 두고 왔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 원장이 신씨와 함께 직접 주차장에 내려가 확인한 결과 신씨가 가져왔다는 차량은 있지도 않았다. 신씨가 기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거짓말이 들통난 신씨는 이번에는 자신이 최씨 측 관련자라고 핑계를 댔지만, 이 원장 측은 경찰에 신고했고 신씨는 경찰서에 임의동행됐다.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방영된 박 대통령과 최씨, 차움병원간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와 언론 보도를 보고, 불거진 의혹들이 사실인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기자를 사칭해 병원에 찾아갔다고 털어놨다.
신씨가 사칭한 기자는 해당 방송사에서 최씨 관련 보도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신씨를 위계에의한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었지만, 법리검토 끝에 형법이 아닌 경범죄처벌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다.
이 원장도 23일 경찰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도 당초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았고 실제 업무방해가 있었는지도 불분명해 입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세상이 어수선하다 보니 호기심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