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따른 대미무역 불확실성,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적인 리스크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그에 따른 기업인들의 검찰 줄소환으로 국가이미지는 물론 대외신인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검찰의 대기업 총수 소환조사에 이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다시 대기업 총수들을 무더기로 증언대에 세우기로 했다. 국조특위는 1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정몽구 현대차, 최태원 SK, 구본무 LG, 손경식 CJ, 김승연 한화, 조양호 한진, 신동빈 롯데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기에다 특검 조사도 기다리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적 상황'이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잠잠하다, 다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현되고 있다.
이럴 때마다 '법치주의'와 '기업인들도 피해자'라는 명분론 다툼 속에 한국경제만 멍든다.
검찰 조사 결과 청와대 출연금이 확인되면서 외신들은 전후 상황은 무시한 채 한국 재벌을 뇌물 부패 기업으로 낙인찍고 있다.
더불어 '샤머니즘'에 이어, 23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NBC, 일본의 아사히신문 등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AP통신을 인용해 '왜 한국 청와대는 수백 정의 비아그라를 구매했나?' 등의 제목으로 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국가와 기업이 함께 망신을 당하며 이미지와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
향후 국정조사나 특검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조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강요에 의한 것이라지만 대가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
반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기업 투명성에 부정적 영향은 자명하다.
특히 총수들이 협상장에 날아 가 직접 글로벌 사업을 챙기는 최근 상황에서 기업의 국제 신인도 추락과 이로 인한 차입금리 상승,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사회의 반기업 정서에 기업 사기 저하, 노사관계 악화까지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이번엔 경제 단체들 마저 침묵하고 있다.
국감과 검찰 소환 때마다 부정적 목소리를 내왔던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자신들이 당사자가 되면서 눈치만 보고 있다.
잘못한 것이 있어 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법치주의 원칙이지만 '정치자금'에 관한 한 기업인들을 피해자로 볼 수도 있는 측면도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정치자금이 아니고 공적 재단 설립으로 포장되어 있으니 기업이 거절하고 버티기가 쉽지않다.
물론 대가성 여부와 사업성 민원 제기 여부 등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과거 국감과 같은 '망신 주기', '손보기', '심리적인 압박' 같은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이 기회에 기업이 정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도 함께 논의되길 바라는 것이 경제계의 조심스런 요구다.
대기업 총수들 역시 여론의 십자포화 대상이 되는 걸 두려워해선 안된다.
"달라니까 줄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론 앞으로도 정치권의 요구를 근절시킬 수 없다.
끈질긴 정치자금으로부터 해방되기위해서라도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