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비밀회사 설립에도 직접 관여했는지 주목된다.
VR(가상현실) 콘텐츠·영상 제작업체 고든미디어 대표 마해왕(40) 씨는 2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박근혜 선거캠프 관계자의 요청으로 빌려준 자신의 명의가 최 씨의 비밀회사 '존앤룩C&C' 설립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마 대표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의 요청으로 홍보 영상을 5~6개 정도 촬영했는데, 당시 선거 캠프 관계자였던 '조 팀장'을 알게 됐다"며 "영상을 제작하면서 조 팀장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됐지만 선거 이후 연락이 끊겼는데, 2014년 여름에 다시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 팀장이 '명의를 잠깐만 빌려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명의를 빌려준 과정을 설명했다.
마 대표는 잠시 망설여졌지만, 조 팀장과 캠프 때 일하면서 쌓았던 인연을 신뢰해 명의를 빌려줬다고 했다.
이후 조 팀장은 연락처를 바꾸고 잠적했다. 마 대표는 "불안했지만, 특별히 불이익이 오지 않아 잊고 지냈다"고 말했다.
마 대표가 최 씨의 회사 '존앤룩C&C'의 설립에 자신의 명의가 사용된 사실을 알게 된 건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기자들의 연락을 받고 나서다.
마 대표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 직접 확인을 해보니, 내 이름이 알지도 못하는 회사의 이사로 등재됐다가 지워졌다"고 말했다.
마 대표는 조 팀장의 실명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실명을 물었지만, '그냥 조 팀장으로 부르면 된다'고 해 굳이 실명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마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조 팀장은 키가 작았고, 마른 체형"이라며 "당시 홍보기획본부장이었던 조동원 씨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줬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현재로서 베일에 가려진 조 팀장이 최씨가 캠프에 심은 사람인 지,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인지에 따라 파장은 커질수도 있다. 만약 그가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라면 박 대통령도 최씨 비밀회사와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 대표가 이끄는 고든미디어는 문화창조융합벤처단지(CEL)에 입주했고, 지난 3월 창조경제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박 대통령이 마 대표의 VR기기를 시연해 특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한 융합벤처 단지 관계자는 "마 대표가 자신은 뒷배경으로 단지에 입주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마 대표는 "VR 관련 분야에 일찍 뛰어들어 성실하게 사업을 꾸려 왔는데, 이런 일에 연루돼 피해가 크다"면서 "CEL에 입주할 때나 대통령 시연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 성실하게 일한 대가"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