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최근 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를 김연아가 입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현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했다는 "나는 김연아 참 안 좋아해"라는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김연아가 지난해 스포츠영웅에 선정되지 못했다거나 대한체육회 체육대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연아가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잡은 손을 슬그머니 뿌리쳐서 '미운 털'이 박혀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입니다.
논란 이후 첫 공식석상에 서는 김연아의 입에 언론의 관심이 쏠릴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지난해 행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취재진이 운집했습니다. 체육회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보다 취재진이 5배는 더 온 것 같다"면서 "이날 하객 200명과 비슷한 규모"라고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습니다.
각종 의혹에 대해 김연아가 밝힌 점은 분명했습니다. '미운 털'이 박혔는지, 불이익을 받았는지조차 몰랐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권이 속이 상해 분통을 터뜨렸는지는 몰라도 정작 여왕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현 정권의 불이익 운운은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권이 김연아에 미칠 영향력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는 이미 선수 은퇴를 한 까닭에 박태환처럼 국가대표를 놓고 협박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조양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처럼 김연아의 평창 홍보대사 자리를 날리는 것은 어불성설. 전 세계적으로 박 대통령보다 더 잘 알려진 피겨 스타가 아니면 누가 홍보대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미운 털이 박혔어도 딱히 현 정권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는 겁니다. 군인드라마로 뜬 모 스타와 달리 매년 꾸준하게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CF 스타로 꼽히는 김연아를 날리라고 기업에 압박을 가할 수도 없는 노릇.
김연아는 박 대통령의 손을 뿌리친 데 대해서도 천진하게 해명했습니다. 김연아는 "시간이 좀 지났는데 오늘 처음 얘기한다"면서 "그 당시는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내 자리가 아니었고 또 생방송이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벌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행사 무대에서 박 대통령은 김연아의 팔목을 잡았지만 이내 김연아가 살짝 손을 빼는 장면은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에 김연아는 "아무리 버릇없어도 어른의 손을 뿌리치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때는 서는 라인도 잘 안 맞았고,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뿌리친 기억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구는 마음에 품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당사자는 기억에 없던 일입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고 하지만 이번 일은 스스로 상처를 만든 상황일 겁니다.
김연아에 대한 현 정권의 애타는 구애는 대선 전부터였습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 구동회 대표는 이날 "사실 불이익은 특별히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만약 미운 털이 박혔다면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토론회 참석 요청에 응하지 못했던 게 원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본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김연아에 대한 박 정권의 구애는 5년이나 된 셈입니다. 그러나 늘품체조 시연회와 광복절 행사까지 김연아는 본의 아니게 번번이 박근혜 대통령의 애틋한 짝사랑을 받지 못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구 대표는 "늘품체조 시연회는 VIP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까지는 들었지만 선수에 맞지 않는 행사라고 판단해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랑이 결실을 맺으려면 양 쪽 모두 반응을 보여야 하는 법입니다. 어느 한 쪽의 애정이 뜨겁다고 해도 다른 한 쪽이 받아주지 않으면 짝사랑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정권은 대권을 잡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냈지만 결국 김연아는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불이익은 없었습니다. 마음이 상한 한 쪽이 분탕질을 해봤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한 쪽에게는 상처를 주진 못했습니다. 구 대표는 "지난해 스포츠영웅이 되지 못한 것은 그에 맞는 기준이 있었다고 이해했다"면서 "체육회 체육대상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냥 연아가 상복이 없구나 하는 생각 정도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구애와 복수는 끝내 여왕을 범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이후 박 대통령은 은근한, 그윽한 눈길로 김연아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애써 그 눈빛을 피하려는 듯 아예 손 붙일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듯 두 손을 모읍니다. "기억에 없었고 어떻게 어른의 손을 뿌리치겠느냐"는 여왕 김연아의 고상한 해명에 허공을 쥐어야 했던 그 손이 더욱 뻘쭘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