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시력 잃은 내게 눈 주고 싶다던 그 사람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동우 (방송인, 다큐 ‘시소’ 출연)

요즘 참 쏟아지는 뉴스들이 다 하나같이 가슴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우울한 뉴스들 뿐이죠.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가슴이 좀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개그맨이자 노래도 잘하는 분, 틴틴파이브 멤버 이동우 씨, 여러분 잘 아시죠? 2004년에 갑자기 발병한 병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가수로 라디오 DJ로 열심히 활동 중이십니다.

그런 이동우 씨가 최근에 아주 특별한 친구와 함께 영화에 출연해서 화제입니다. 영화 카피가 이래요. ‘앞을 못 보는 남자와 앞만 보는 남자의 여행’ 어떤 인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지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이동우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동우 씨, 안녕하세요?



◆ 이동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아니, 영화 출연을 하셨어요?

◆ 이동우> 네. (웃음)

◇ 김현정> 제목이 뭡니까?

◆ 이동우> 다큐멘터리고요. 영화 제목은 <시소>라고 합니다.

◇ 김현정> 시소? 보니까 광고 카피가 이래요. ‘앞을 못 보는 남자와 앞만 보는 남자’ 그러니까 한 사람은 이동우 씨를 말하는 건 알겠는데, 앞만 보는 남자? 이분은 어떤 분이신 거예요?

◆ 이동우> 그분에 대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이름은 임재신이라고 하는 사람이고요. 근육병 환자입니다.

◇ 김현정> 근육병?

◆ 이동우> 네. 그런데 2010년도에 어느 날 저한테 전화를 주셔서 '자기한테 하나 남은 눈을 저한테 기증을 하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전해오셨어요.

◇ 김현정> 전혀 모르던 어떤 남자분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당신에게 내 눈을 주고 싶다.’라고 했다고요?

◆ 이동우> 네. 기억을 해 보면 그날 하루는 손이 떨려서 아무 일도 못했었던 것 같고 또 많이 울었어요. 그 눈물은 정말 벅찬 감동의 눈물이었죠.

(영화 시소 예고편 캡처)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각막기증이라는 건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을 해야지 기증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이동우> 잘 알고 계시는데요. 우리가 보통 망막은 현대 과학으로는 이식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 병이 망막병이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인 거죠.

◇ 김현정> 아니, 재신 씨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대요? 이동우 씨에게 내 눈을 주고싶다는 생각을?

◆ 이동우> 어느 날 제가 나오는 TV의 다큐를 봤는데 제 딸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제 손을 잡고 설명을 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딸뿐만이 아니고 모든 걸 다 보고 싶을 텐데 그 눈이 없구나. 그런데 나한테는 이 눈이 있네. 저 사람한테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 이동우> 그렇게 해서 저한테 전화를 해 오신 거였고 사실 저는 눈을 받은 거나 다름이 없었죠.

◇ 김현정> 받은 거나 다름 없다... 그러면 그때부터 6년 전 그때부터 두 분이 친구가 되신 거예요? 그렇게 그런 인연으로?

◆ 이동우>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더 친해졌고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었어요.

◇ 김현정> 임재신 씨 같은 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 이동우> 네. 그렇게 한 영화감독님의 귀에 들어갔고 한번 작품을 다뤄보고 싶다 하는 의사를 전해 오셨던 게 2013년도가 됐었던 거구요.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래서 두 친구의 제주도 여행기를 한번 찍어보자, 이렇게 된 거군요?

◆ 이동우>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평범한 제주 여행일 수 있지만 두 분한테는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 이동우> 제주도로 여행하겠다는 것은 임재신 씨의 아주 강력한 의지였어요. 한 번도 못 가보셨대요. 그래서 그쪽을 정했었던 거고요. 친구 재신이가 바닷 속을 들어가보고 싶다고 아주 강하게 의지를 다졌었거든요.

◇ 김현정> 아니, 움직일 수 없는 재신 씨가 바닷속을 들어가보고 싶다고요?

◆ 이동우> 휠체어를 타고 바다를 들어가는 겁니다. 스킨스쿠버 전문 다이버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해서 결국은 들어갔죠.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전 세계적으로 두 번째래요.

◇ 김현정> 휠체어 스킨스쿠버 다이빙이 세계에서 두 번째? 임재신 씨가?

◆ 이동우> 네. 그런데 들어가기 전에요. 재신이가 몸을 칭칭 감는 장면이 나와요. 비닐로 칭칭 감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수트를 입히고... 그런 장면이 어떻게 보면 처절하고 참담할 수 있는데요. 그 장면에도 재신이가 아주 유쾌한 농담을 던져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이동우> ‘택배 같아.’


◇ 김현정> 나 택배 같다고요?

◆ 이동우> 감히 말씀드리지만 이 유머는 영웅의 유머다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히어로 영화 같은 걸 보면 그 주인공들이 겪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여유 있게 농담을 한마디 던지잖아요.

◇ 김현정> 아, 그렇죠, 맞아요.

◆ 이동우> 그럴 때 관객들은 정말 큰 매력에 빠지죠.

◇ 김현정> 저 사람은 진짜 영웅이구나. 나랑은 다르구나 싶죠. (웃음)

◆ 이동우>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여유 있는 농담을 던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영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뭉클합니다. 영화가 웃기다가 울리다가 정말 감동 많이 하고 많이 배웠다, 정말 좋았다 이런 평들이 막 쏟아지네요.

◆ 이동우> 너무 감사하죠.

이동우 씨와 임재신 씨 (사진=SM C&C 제공)
◇ 김현정> 다큐 영화에 이제는 주연입니다. 방송인 이동우 씨 지금 만나고 있는데 이동우 씨 이렇게 목소리도 참 좋네요. 노래도 정말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이번에 재즈 앨범 2집을 내신다고요?

◆ 이동우> 네, 이제 다음 달이면 2집 앨범이 나오는데요. 이번 2집 앨범은 전곡이 창작곡이에요.

◇ 김현정> 그래요? 아니, 이동우 씨. 못하는 게 뭐예요, 도대체?

◆ 이동우> 그런데 중도장애를 갖게 되면서 한 가지 소중한 걸 알게 된 것이 있는데요.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문제고, 적어도 시작할 수는 있고 적어도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 없이 그냥 도전을 합니다.

◇ 김현정> 아... 이동우 씨. 너무 멋있어요.

◆ 이동우> 지금 되게 이게 진짜일까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라디오를 늘 듣고 있기 때문에요. (웃음)

◇ 김현정> 아, ‘뉴스쇼’를 늘 듣고 계셨어요? 저도 너무 행복합니다. (웃음) 이동우 씨, 영화도 잘 되고 그 재즈 앨범도 잘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 이동우> 인터뷰 너무 즐겁고 잠깐이지만 행복했습니다.

◇ 김현정> 저도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동우> 계속 잘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좋은 방송인이자 영화배우이자 가수, 이동우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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