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 출마, 외롭게 싸웠다
-언급된 선수, 심리고통 엄청나
-IOC 위원들의 질문, 곤란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승민(IOC 선수위원)
그런데 이 녹취록을 들어보면 박태환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스타들의 이름도 언급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나는 김연아를 참 안 좋아해’ 이런 발언이라든지 ‘유승민은 흠이 있어서 IOC 선수위원이 될지 모르겠어’ 이런 발언들도 공개가 됐습니다. 김종 전 차관의 체육계 장악이 탁구의 유승민 선수에게 미쳤다는 걸 듣고는 더 놀랐는데요. 그 당사자 유승민 IOC 선수위원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유승민 선수위원님 안녕하세요?
◆ 유승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많이 바쁘셨죠?
◆ 유승민> 네. 요즘에 제가 또 해외에 회의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김종 차관과 박태환 선수 사이의 녹취록이 지난 5월에 이루어진 것인데 IOC 선거가 있던 게 8월이니까 그 전의 일인 거죠?
◆ 유승민> 그런가 보네요.
◇ 김현정> 그런데 ‘유승민은 흠이 있어서 IOC 선수위원이 될지 모르겠다’라는 김종 차관의 발언, 녹취록 들으시고는 기분이 당연히 썩 좋지 않으셨겠죠?
◆ 유승민> 저도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제 이름도 거론이 돼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닌 것 같아요.
◇ 김현정> 김종 차관을 개인적으로 아세요?
◆ 유승민> 저는 그분이 차관 하실 때 차관님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요. 사실 그전에 리우올림픽 때 당선되고 나서 리우에 오셨었으니까 같이 태권도 응원도 가고 그 정도 빼고는 크게 친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냥 그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아는 정도, 차관과 IOC 선수위원으로 아는 정도가 다에요?
◆ 유승민> 네. 그리고 지금 말씀하셨듯이 5월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제가 차관님하고 일면식이 아예 없었던 것 같거든요.
◇ 김현정> 그 녹취록이 기록된 그때만 해도, 지난 5월만 해도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고요?
◆ 유승민> 네. 그 이후에 어떤 토론회에 한번 가서 잠깐 인사 한번 드리고, 리우 올림픽하고 그렇게 두 번 정도 얼굴은 마주쳤던 것 같은데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이 발언을 보면 ‘유승민은 흠이 있어서 IOC 선수위원이 될지 모르겠다.’입니다. 아니, IOC 선수위원이 될 수 없는 무슨 결정적인 흠을 가지고 계셨어요?
◆ 유승민> 글쎄요. 저는 사실 그 부분이 저는 되게 불쾌하기는 한데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제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그렇게 돼버리면 제가 왠지 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IOC 위원이 된 사람같이 매도가 된 상황이... 사실 저를 잘 아시는 분 같으면 서로 간에 단점도 잘 알고 있을 거니까 친한 상태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전혀 친분이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는 거에 대해서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나를 어떻게 안다고 이분이 그때 그런 발언을 했을까? 아니, 김종 차관이 IOC 선수위원 되는 데 있어서 도와주거나 이런 거는 전혀 없었습니까?
◆ 유승민>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는 저는 생각이 안 나고요. 항간에는 굉장히 제가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당선 확률이 낮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죠. 기대감이 사실 없었던 건 여러분들을 통해서 듣기는 했었어요.
◆ 유승민> 모르겠어요. 저는 사실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고요. 어떻게 보면 저는 굉장히 후보자들 중에서 관심을 못 받은 케이스였기 때문에 1년여 간 준비하는 동안 사실 조금 외롭게 준비하기는 했죠. 왜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러다 보니까 외롭게 준비한 건 있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특별하게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방해를 한다거나 압력이 들어온다거나 이런 거는 못 느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외롭게 준비하셨다는 건 사실 우리 체육계 혹은 문화체육부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응원해 주고 이런 지원은 없었다는 말씀이에요?
◆ 유승민> 네, 그렇죠. 사실 응원을 으샤으샤 받았으면 더 좋았을 건데 중간에 자신감도 좀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 경우는 좀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냥 ‘인지도가 떨어져서 안 될 거야’라는 말은 할 수 있지만 ‘흠이 있어서 안 될 거다’라는 말을 김종 차관은 했단 말입니다?
◆ 유승민> 네, 저도 그게 좀 의아한 게 그분이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실 텐데 가까이 있는 저희 가족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요즘에 지켜보고 있는데 전혀 그분한테 제가 밉보일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할 기회도 없었거든요.
◇ 김현정> 일각에서는 그래서 말입니다. 유승민 선수가 IOC 선수위원 되기까지 외로웠는데 그나마 도와준 분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아닙니까? 탁구협회장이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분이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문체부 눈 밖에 나서, 김종 차관 눈 밖에 나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는 게 지금 알려진 사실이죠.
◆ 유승민> 그런가요?
◇ 김현정> 혹시 그거 때문에 유승민 선수위원한테도 흠이 있다고 한 것은 아닌가? 혹시 그 과정에서 찍힌 거 아니냐? 이런 의혹도 제기가 되더군요?
◆ 유승민> 그런데 진짜 어떻게 보면 저희 회장님 같은 경우는 진짜 탁구협회장을 오래 하시면서 굉장히 탁구 발전을 위해서 많이 기여를 해 주셨고요. 제가 탁구선수 출신으로 도전한다고 하니 그 꿈을 응원해 주시고 격려를 해 주신 것밖에 없는데 그런 걸 연결 지어서 저까지 이렇게 했다는 것은 솔직히 이거는 조금 믿을 수가 없는 얘기이긴 한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진짜 무섭죠, 어떻게 보면.
◇ 김현정> 이게 사실이라면 참 무섭죠. 맞습니다.
◆ 유승민> 진짜 뭘 할 수 있겠어요, 사실.
◇ 김현정> 그래서 이 녹취록이 세상에 이렇게 알려진 후에 유승민 선수위원이 페이스북에다가 ‘우리 선수들을 지켜주십시오’ 이런 장문의 글을 어제 남기셨어요. 어떤 뜻에서 남기셨습니까?
◆ 유승민> 사실 저도 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 김현정> 왜요? 왜 고민하셨어요?
◆ 유승민> 사실 지금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문제잖아요. 진짜 좀 심사숙고를 했는데요. 사실 제가 리우올림픽 때 선수들이 저를 뽑아준 거잖아요. 제가 어떤 누구의 도움을 받고 정부의 힘을 받아서 제가 뽑힌 게 아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선수위원이죠.
◆ 유승민> 선수들이 순전히 저를 뽑아준 건데 그 선수들한테 약속을 했던 것이 ‘당신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잘 전달을 하고 당신들이 불이익을 받는 게 있다면 내가 나서서 당신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게끔 작지만 역할을 한번 해 보고 싶다’라고 약속을 했는데 본의 아니게 일부 선수들이 그렇게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잘잘못을 떠나서 심리적인 고통이라든가 굉장히 클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심리적인 고통이요? 운동선수들한테 그런 심리적인 압박이 온다는 거, 스트레스가 온다는 것도 큰 방해요소죠?
◆ 유승민> 당연히 엄청 큰 방해요소죠. 왜냐면 선수들은 코트 위 승부의 세계에서만큼은 냉정하지만 그만큼 다른 쪽에는 경험이 많이 없거든요.
◇ 김현정> 운동만 한 사람들이니까?
◆ 유승민> 네. 그런데 제가 선수위원인데 선수들이 뽑아준 사람인데 그 정도 표현은 할 수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글을 올린 거거든요.
◇ 김현정> 지금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이 우리 유승민 선수위원 외에도 ‘안현수, 금메달 따서 러시아에서 인정받아? 걔는 그냥 메달 딴 얘야’ 이런 발언도 있었고요. ‘나는 연아를 참 안 좋아해.’ 이런 발언들이 쭉 나왔어요.
이런 경우는 이렇게 찍혀서 여러 가지 부당함을 당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있는 거고요. 그밖에 문체부가 오라고 하는 행사에 갔던 선수들도 지금 동시에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손연재, 양학선 선수. 그 문체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또 지금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고 이래저래 지금 운동선수들 이름이 최순실 게이트에 얽혀서 오르내리고 있는 거거든요?
◆ 유승민>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 선수였고 지도자였는데 그런 부분들이 너무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냥 비난만 받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몇 자 적어봤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 최순실 게이트. 최씨 일가의 농단 때문에 체육계가 그냥 쑥대밭이 됐습니다. 승마는 말할 것도 없고 평창올림픽에도 최씨 일가가 마수를 뻗쳤다고 해서 지금 평창올림픽도 뒤숭숭하고, 체육계가 전반이 뒤숭숭하죠?
◆ 유승민> 네, 지금 그런 상황인 것 같고요. 이 부분은 IOC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어요.
◇ 김현정> 그래요?
◆ 유승민> 제가 얼마 전에 회의를 갔다왔는데 많은 위원들이 저한테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이유는 평창올림픽을 1년 3개월 앞두고 있는데 많은 위원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그만큼 지금 이게 큰 사안이다 보니까 여러 가지로 안팎으로 조금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물어볼 때마다 이게 우리 국민들 다 그렇습니다마는 상당히 부끄러우셨겠어요? 고개도 못 드셨겠어요?
◆ 유승민> 저도 사실 좋은 얘기만 듣고 싶죠. ‘평창올림픽 준비 잘되고 있다.’라든지. 성공적으로 준비를 해야 되잖아요. 진짜 성공적으로 개최 못 하면 진짜 더 큰 망신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 조금 곤란했습니다. 이번에 가서 그런 질문을 들었을 때 코리안으로서 좀 곤란한 상황들이 많이 있었어요.
◇ 김현정> 우리가 보란 듯이 잘 해내야 되겠습니다. 보란 듯이.
◆ 유승민> 전세계가 다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요. 준비를 잘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유승민 선수위원도 힘내시고요. 체육계 전체가 더 이상 휘둘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힘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 유승민>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IOC 유승민 선수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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