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중 하나는 거짓말" 정유라 고교 특혜입학 배후는?

"교육청·학교 사전준비…거짓말 한 사람이 연결고리"

지난 6월 2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비덱타우누스 호텔'에서 촬영된 최순실씨와 정유라씨 사진. 최씨가 호텔을 매입한 후 가족,지인들과 개업파티를 여는 장면. (사진=중앙일보 제공)
최순실(60) 씨의 딸 정유라(20) 씨의 청담고 입학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들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면서 '외압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장우석 전 청담고 교장은 22일 서울시의회 2차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 2011년 승마 특기학교를 신청하기 전 최 씨를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김찬일 당시 체육부장이 만났다"고 밝혔다.

장 전 교장은 이어 "최순실 씨를 만난 김 부장이 승마특기생을 지정하자고 해 나는 결재해준 것"이라며 "제가 먼저 체육부장에게 승마 얘기를 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체육부장은 "2011년 최 씨는 정 씨를 가리켜 '특기생으로 들어올 학생'이라며 입학이 모두 결정된 뒤에 찾아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육특기학교에 승마종목을 신청하라고 한 건 장 전 교장의 지시였다"며 "장 전 교장이 최 씨와 사전에 만났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엇갈리는 진술은 지난 14일 열린 1차 행정사무감사 이후 되풀이되고 있으며,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청담고 운영위원을 맡았던 일부 학부모들은 "승마부도 없는 학교에 왜 뜬금없이 승마특기생을 뽑느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담고는 이 과정에서 운영위원회나 체육특기생 관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신청 절차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 해, 첫 번째 승마특기생으로 정유라 씨가 입학했다.

22일 서울시의회 2차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국정농단 게이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출신 학교 교장.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 (사진=김광일 기자)
장우석 전 교장은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실무적인 절차를 몰랐었다. 하지만 로비나 외압은 절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승마특기자 전형 도입부터 학교 측의 조직적인 특혜가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김경자 의원은 행정감사에서 "청담고가 특기학교지정 신청서를 낸 지 하루 만에 승인이 났다는 건 학교와 교육청이 사전에 논의했다는 것"이라며 "통상 교육청 결재가 하루 만에 나는 일은 드물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최순실·정유라 교육농단 뒤에는 교육청과 학교의 사전 준비가 있었다"며 "교장과 체육부장 둘 중 하나, 거짓말을 한 사람이 그 연결고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담고는 지난 2011년 7월 12일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에 특기학교지정 신청서를 냈고, 다음 날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찬일 전 체육부장은 앞서 서울시교육청 특정감사에서 "지난 2012년 4월 최순실 씨에게 촌지 30만원을 받았다가 3~4일 뒤 정유라 씨를 통해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이날 행정감사에서는 "3주 후 학교를 방문한 최 씨에게 직접 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묻자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 씨 졸업 취소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치는 대로, 외압 등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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