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조화 '화엄'이 눈앞 풍경으로 펼쳐진다

대안공간 루프에서 내달 10일까지 이소윤 개인전

이소윤 작품 '하나비'(Hanabi)의 일부(사진=대안공간 루프 제공)
매년 신진작가 공모전을 열어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온 대안공간 루프에서 이소윤의 개인전 '화화 花火 火花'가 열리고 있다.

줄곧 '소통'이라는 주제를 파고든 작가 이소윤은 작품을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의 상호작용 아래 벌어지는 다양한 어긋남과 모순을 길어 올리고 있다. 그는 드로잉이나 일상의 오브제를 수집·재조합하는 '공간적 콜라주' 작업을 주로 벌여 왔는데, 최근에는 페인팅·디지털 프린트·수공적 설치 작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상적인 소통에 대한 상징으로서, 불교에서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의미를 갖는 '화엄'(華嚴)을 모티프로 궁극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무지개의 7가지 색이 각 점당 한 가지씩 비중 있게 사용된 회화 작품 'You Are All Part of the Same Rainbow'는 페인팅 프레임 속 무지개가 비추는 극히 일부의 색면 구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수만 가지 빛깔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이소윤 작품 '사랑할수록 더 멀어져간다'(사진=대안공간 루프 제공)
기억과 회상을 다룬 작품 '사랑할수록 더 멀어져간다'는 작가의 가족 여섯 명이 함께 했던 어느 특정한 시절을 그리고 있다. 동일한 과거에 대해 각기 다르게 채워진 기억의 이야기들은 거울 표면에 중첩돼 결국 읽을 수 없는 텍스트가 돼 버린다.

궁극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다룬 극적인 풍경은 지하 전시장 중앙 천장을 차지하고 있는 '하나비'(Hanabi)에서 절정에 이른다. 밤하늘 혜성처럼 순간적인 섬광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형형색색의 불꽃놀이를 통해 작가는 '화엄'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루프 측은 "이번 이소윤의 신작은 그간 작품을 통해 전달했던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들이 타인(수용자)에게 도리어 또 다른 오해와 난독을 유발한 건 아닌지 하는 자기성찰에서 비롯됐다"며 "조화와 소통의 가장 높은 경지라는 추상적 관념인 '화엄'을 '마치 야생화의 군락지와 같이 오만가지 꽃들이 어떠한 우열과 갈등 없이 각각의 고유성을 간직한 채, 상생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진' 구체적 풍경으로 시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윤의 개인전은 서울 서교동에 있는 대안공간 루프에서 다음달 1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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