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의원은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쓰나미 당시 데이터망이 다운돼도 스마트폰에서 라디오를 직접 수신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FM라디오를 들을 수 없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신사들이 라디오 앱을 통해 유료 데이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이 나온지 2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재난문자나 후속대책은 답보상태다.
그나마 21일 긴급재난문자방송(CBS)를 국민안전처에서 기상청으로 일원화 해 보다 신속한 재난문자 전송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재난 발생으로 통신사 통신망이 붕괴되었을 경우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라디오 방송의 경우, 통신사 데이터망과는 별도로 라디오용 송출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다 단문 문자 서비스와 달리 재난시 실시간 방송을 통해 신속한 정보 제공과 후속 매뉴얼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매체라는 점에서 선진국들에서도 라디오 채널을 통한 재난방송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의 확산으로 일반 라디오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청취가 늘고 있는 추세다.
21일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재난경보방송으로서 스마트폰의 라디오 직접수신 의무화' 세미나에 참가한 이상운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라디오는 우수성이 뛰어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려도 병목현상 없이 무한한 수신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미국의 경우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산하 연방재난안전청(FEMA)의 관리 하에 재난방송시스템(Emergency Broadcast System)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연방재난안전청이 2014년 스마트폰 FM 라디오 수신기능 활성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통신사와 단말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올해부터 스마트폰에 라디오 직접수신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재난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나라도 라디오 직접수신 의무화에 대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 개정안의 통과와 스마트 재난경보체계 고도화 제안의 추진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권병욱 미래창조과학부 전파방송관리과장은 "안정적인 재난경보 시스템을 확보하고 국민수용 측면에서, 재난 대응능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본 개정안의 필요성을 인정 한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현재 대부분의 FM 모듈을 생산하는 브로드컴, 퀄컴의 전용칩에는 FM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상당수 단말기에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면서, 다만 "국내 업계의 반대, 해외 기업과의 무역마찰 우려로 이를 시장 자율로 맡기고 정부는 라디오 수신기능 활성화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나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일단 난색을 표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FM 라디오 수신 기능은 전적으로 단말기 제조사의 경영적 판단에 의한 문제일 뿐 이동통신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배문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현재 스마트폰 내에는 FM 라디오 수신칩 뿐만 아니라 와이파이 수신, 블루투스 수신을 위한 칩 등 이미 수많은 칩이 내장되어 있다"면서 "단말기가 점차 슬림화되어가는 시장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마다 무한정 칩을 내장할 수는 없어 통합칩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무선사업부장은 "미국 스마트 폰에 탑재된 듀얼칩에서는 FM 수신기능을 탑재한 대신 DMB 기능이 빠져있고, 대신 국내에서는 FM 수신기능이 빠져있는 대신 DMB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것"이라며 "단말기 제조사의 전적인 판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실제 칩을 개발하는 제조사와의 협의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정홍대 MBC 라디오편성기획부장은 그러나 "한반도에 재난 발생 횟수가 늘어나고 있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국가적 비상 상황도 증가 하고 있다"면서 "통상 통화량이 평소보다 3배가 넘으면 불통이 발생하는데 지진시 통화량은 20배 증가했으며, 여러 재해 발생 시마다 이동통신이 불통된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은 또 "라디오는 서울 송신소에서 송출시 수신 커버리지가 대전까지 이어지며, 수신인원은 무제한인데다 현 인터넷 스트리밍 라디오는 직접수신 라디오에 비해 약 40초 정도 방송이 딜레이 되고 있다"면서 "재난시 40초는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귀한 시간이고, 또한 배터리 소모량도 직접수신 라디오에 비해 약 3~7배가량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부장은 라디오 직접수신과 데이터 산업의 접점으로 '하이브리드 라디오'를 제안했다.
방송 콘텐츠는 FM 칩을 통해 직접수신하고, 부가서비스는 이통망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방송정보와 광고, 데이터 수발신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청취형태 조사도 가능해 국내 휴대폰 보급 대수가 5530만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단말기에 재난 방송 수신 기능을 활성화 시킨다면 정부입장에서도 엄청난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라디오는 사회적 정보 약자에 무료 보편적 서비스"
양동복 나사렛대학교 방송미디어학과 교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라디오의 공적 기능 강화 측면에서 해당 개정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라디오는 가장 낙후된 미디어로 인지되어 있지만, 제작과 수신 비용, 용이성 측면에서 오히려 극한 상황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후의 미디어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지상파 텔레비전에 준한 규제가 적용되어 역차별 받아왔던 것을 보완하고, 지상파 광고점유율 하락에 따른 결합판매 방안의 개선과 함께 주파수 경매 대금의 일부를 라디오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진봉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성공회대 교수)는 수용자 관점에서 접근했다.
최 위원장은 "라디오 수신기능 의무화는 재난 상황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비를 가능하게 한다"며 "통신서비스 이용자의 데이터 요금 부담이 줄어 이용자 편익이 증대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국민의 생명이 걸려있는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고 편익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문제에 정부가 나서서 애플 등 해외 단말기 제조사와의 무역마찰을 걱정하고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는 35억을 지원하면서 국민이 이렇게 원하는 서비스는 외면할 수는 없다. 해당 개정안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지난 2013년 4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개최된 '2013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지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사고당시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 마비로 휴대전화가 불통 돼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
현지 언론에서는 원격 기폭으로 인한 추가 폭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일부러 통신 네트워크를 차단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통신사들은 통신 트래픽 과부화로 인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사고 현장과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되면서 시민들의 정보 고립으로 인한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을 남겼다.
미국 방송사와 유관 단체들이 공동으로 운영 중인 '프리 라디오 온 마이 폰(Free Radio on my Phone)'에서는 ▲(스트리밍과 달리) 데이터 부담이 없다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다(스트리밍 대비 3~7배) ▲유용한 재난 대처 매체다 ▲해당 부품에 대한 가격을 이미 지불했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폰 FM 수신칩의 활성화를 촉구했고, 연방재난안전청 움직이면서 이에 공감한 통신사와 단말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스마트폰에 라디오 직접수신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재난시 시민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