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 세계 가전업계의 선두 기업들인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말레이시아에서 네팔 노동자들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착취와 저임금 지급 등의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인터뷰한 네팔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에 대해 속았고 여권을 압수당했으며 계약이 끝나기 전에 네팔로 돌아가려면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적절한 휴식이나 화장실 사용이 제한된 채 하루 14시간을 일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최대 1천 파운드(우리 돈 146만원 가량)에 달하는 돈을 내야 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이런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삼성과 파나소닉의 제품들을 만드는 30명의 네팔인 이민자들을 취재했다. 이들 가운데 삼성의 네팔 근로자들은 일부 삼성이 직접 고용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가 근로자 공급 업체(labour supply company)를 통해 고용됐다. 파나소닉의 네팔 근로자들은 하청 업체들에 의해 고용됐다.
두 회사 모두 공급업체들에 대해 여권을 압수하거나 이민 노동자들에게 알선 비용을 물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디언과 인터뷰한 모든 이들이 말레이시아에서의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네팔에 있는 취업알선 업체에 최대 1천 파운드를 줬다고 주장했다. 또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 마자 여권을 압수당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고용관계법상 불법이라고 가디언은 밝혔다.
네팔 노동자들은 여권이 없어 자유롭게 이동하기가 어렵고 당국의 검속에도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없기 때문에 직장을 자유롭게 그만두고 기본급 3.4개월치에 달하는 벌금을 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근로자 공급 업체나 하청 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말레이시아의 외국 기업들이 흔히 활용하는 방법이지만 노동 단체들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학대가 발생하기 쉽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삼성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일이 불만족스러우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근로자공급 업체의 관리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한테 ‘일을 하지 않거나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말레이시아에 너희들을 묻어버리겠다’고 했다”고 한 노동자는 가디언에 말했다.
“(네팔의 근로자 공급 업체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삼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속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다른 노동자는 말했다. 네팔 노동자들은 네팔정부가 정한 취업알선비용이 지난해 최대 1만 루피(우리 돈 11만 원 가량)이지만 삼성이 활용하고 있는 카트만두의 근로자 채용업체에 9만에서 11만 5천 루피(1백만 원에서 1백 28만 원 가량)사이의 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나는 11만 5천 루피를 지불했지만 업체 관계자는 1만 루피의 영수증을 줬다. (네팔의 공항에서)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그것밖에 안 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날 속이는 걸 알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가디언의 취재 과정에서 이런 주장을 접한 삼성과 파나소닉 측은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측은 가디언에 보낸 공식 문서에서 “전자산업 시민연대(Electronics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 EICC)의 회원으로서 우리는 EICC의 행동규범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제조공장에서 직접 고용한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규범위반 행위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항의가 발생하면 우리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함께 일하는 근로자공급 업체들과 이들에 의해 고용된 이민 종업원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일 어떤 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 조치를 할 것이며 위반 행위가 발견된 회사와는 거래를 중단할 것이다”라고 삼성측은 덧붙였다.
가디언은 삼성이 EICC 회원으로서 노동자의 취업하는데 든 비용을 지급하기로 서약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삼성이 이런 비용을 지불했느냐고 노동자들에게 물어봤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 공급 업체 대신 삼성에 의해 직접 고용된 노동자 한 사람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은 주는 법을 몰라요. 받는 법만 알아요(Samsung doesn’t know how to give. It only knows how to take).”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파나소닉 측도 가디언에 보낸 이메일에서 노동 착취 주장과 관련해 하청 업체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불법이나 규범 위반 사례가 나오면 즉시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디언은 말레이시아의 삼성과 파나소닉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노동자들이 월 20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