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경, '강산무진'전

윤영경, 강산무진, 96X149cm
윤영경 개인전 <강산무진(江山無盡: 강산은 끝이없다)>가 갤러리 그림손에서 23일부터 열린다.

윤영경의 <강산무진>은 연속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경관을 수묵산수화로 그려낸 두루마리이다. 전체 길이가 45m에 이른다. 150cm 폭의 종이 30장을 잇대어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부분 부분 끊어서 보여준다.

낮은 토산들이 산맥을 따라 흐르고 능선은 아래로 흘러 기슭을 만들고 사람들은 모두 그 기슭에 모여 산다. 옛날 산수에는 초가와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지금에는 아파트와 빌딩이 오밀조밀 솟아있다. 산정상에 서면 산줄기가 흘러가는 것과 아파트와 빌딩이 빽빽한 것을 모두 굽어 볼 수 있다. 산수를 바라보는 법은 굽어 전체를 조망하는 부감법(俯瞰法)이 핵심이다. 한반도의 토산은 모두 엇비슷하다. 산기슭의 마을모습도 비슷하다. 그래서 윤영경의 수묵산수는 화가가 올라서 내려다본 특정경치이면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경치가 된다.

윤영경. 강산무진, 212X149cm
<강산무진>은 화가가 붓댄 종이의 뒷면이다. 고려불화나 조선초상화에서 깊이있는 색감을 내기위한 방법으로 비단 뒤에서 바탕을 칠하는 배채법(背彩法)이란 것이 있다. 윤영경은 여러번 칠한 먹색의 깊이를 잘 볼 수 있도록 그림을 뒤집었다. 전통배채방식을 종이에 과감하게 적용한 것은 전통진경산수를 대담하게 변형시킨 것만큼이나 새로운 시도이다. 아파트와 빌딩은 뒷면에서도 먹선을 일부 덧대어 강약의 운율을 주었다.

수묵산수를 뒤집어서 얻는 효과는 둘이다. 산천과 마을이 흐릿하고 희미하게 보인다. 꿈속에서 고향산천을 본 듯이 몽롱하다. 눈에 딱 잡히지 않아 더욱 아득하고 그립다. 두번째는 경물의 빛이 어슴프레한 것이다. 하루에서 경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때는 동틀 무렵, 해질 무렵이다. 어둠에서 깨어날 때 어둠속으로 잠겨들 때 모든 경물은 노을 한빛으로 물들어 주변과 하나가 된다. 윤영경의 <강산무진>은 노을빛에 잠겨있는, 꿈속에서도 늘 그리워하는, 우리 모두의 고향산천이다.

전시 기간 : 11월 23일 - 11월 29일
전시 장소 : 갤러리 그림손(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 / 02-733-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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