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연승 행진 뒤로 한 채…전 동양챔프 김민욱 은퇴

"왼쪽 눈에 문제 생겨…열정 쏟을 수 있었던 시간 감사"

전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스나이퍼' 김민욱(29)이 시력 문제로 17년간 정든 링을 떠났다.

김민욱은 지난 20일 인스타그램에 "미국 진출 후 왼쪽 눈의 초점이 안 맞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생겼다. 러닝할 때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 병원에서도 딱히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몸이 성치 않아도 꿈이 있기에 꿋꿋이 할 일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 제 뜻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지쳤다. 고민 끝에 '이 정도면 됐다'고 결론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10~20대는 배고픔, 눈물, 영광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고된 삶이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성공 못하면 어떤가.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하다"며 "저는 아직 젊고 살아갈 날이 많다"고 했다.


김민욱은 "17년간 맘 졸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부모님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힘을 준 복싱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김민욱은 16연승을 이어가던 한국 프로복싱의 최고 기대주였다.

2012년 5월 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한 후 4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2013년 타이틀을 반납하고 미국에 진출한 뒤 4연승을 달렸다. 2015년 7월 루이스 알베르토 펠라요를 시작으로 에릭 다니엘 마르티네스, 알바로 오티즈, 루이스 크루즈를 연달아 꺾었다. 통산전적 16승(12KO) 1패.

세계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민욱의 은퇴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한국 프로복싱은 추동력을 잃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