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7)이 지난 5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직접 만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외압을 받았을 당시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태환은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문체부의 외압 논란에 대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리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박태환은 "당시 긴장을 많이 했다.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내게 안좋은 일도 있었고 그것에 대한 무게감이 컸다. 올림픽에 출전할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며 김종 전 차관을 만났을 때 자신의 심정이 어땠는지를 밝혔다.
이어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김종 전 차관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만가지 생각을 했었다. 긴장이 많이 됐고 내가 무언가 얘기를 나누기에는 너무 높으신 분이니까 무섭기도 했다. 선수로서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라든지 책임이라든지,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선수로서 올림픽 출전이 가장 중요해 그 외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문체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올림픽 선발전에서 좋은 기록이 나와 계속 나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되면 메달은 몰라도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굉장히 컸다. 어떤 기업 후원이라든지 계약, 교수 얘기가 나왔을 때는 귀에 들어오기보다는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당시 외압이 리우올림픽 부진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태환은 "올림픽은 동네시합이 아니고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무대다. 선수가 레이스에만 집중하고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한다. 안좋은 일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수영 외적으로 생각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정신적으로 자리를 딱 잡지 못하지 않았나 뒤늦게 생각해본다"며 "그런 부분으로 인해 내가 못했다고 핑계대거나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인터뷰에서 계속 언급한 '안좋은 일'은 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고 지난 3월 징계에서 벗어났다.
이후 박태환은 약물 전과가 있는 선수는 징계 이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맞서 올림픽 출전을 추진했다. 선발 규정이 국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중 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때 문체부가 나섰다. 김종 전 차관은 지난 5월25일 박태환 측을 만나 압박과 협박을 했던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 일부를 살펴보면 김종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것은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며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할 것 아니냐. 교수가 최고야.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고 박태환을 회유했다.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한다면 뭐든 해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박태환을 협박하기도 했다. 김종 전 차관은 "금메달 땄으니까 광고 달라 그러면 광고가 들어와? 대한체육회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어느 광고주가 태환이한테 붙겠느냐"며 ""(박태환과 정부 사이에)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학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말로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