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보다 안전"…경찰, 100만 촛불 시민 지킴이 자처

경찰청장 "5차 집회 때 안전 관리 인력 더 배치 "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평화집회'기조가 유지되면서 경찰의 집회 대응 모드도 '안전'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집회관리에만 치중해 안전에 소홀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오는 25일 촛불집회 때는 서울시와 협의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등 집회 장소와 인접한 역사에 안전관리 인력을 더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촛불 집회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이 경찰 집회 대응 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4차 촛불집회 행진을 가로막은 차벽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시민들이 '꽃' 그림 스티커를 붙이고, 연행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차벽을 향해 쇠파이프 대신 꽃을 붙여준 시민들에 대해 경찰청장도 우회적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이 청장은 "어떻게 다 뗄지 걱정돼 쉽게 떨어지는 것만 떼고 나머지는 그냥 두라고 했다"며 "경찰을 때리기보다 꽃을 붙여주니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고 웃어보였다.

지난 1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제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자동 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켜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오는 26일 예정된 5차 촛불집회 행진에 대해선 청와대 남쪽 율곡로까지 행진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25일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 행진은 내자동로터리를 마지노선으로 율곡로 일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적은 인원의 행진이라면 (청와대 입구) 신교동로터리까지 갔다가 집회 시작할 때 합류하는 것은 허용한 경우가 있다"면서도 "100만 명 이상 집회는 율곡로 북쪽을 차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교동로터리가 막히면 은평구 시민들이 거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교통이 혼잡해진다는 것이다.

4차 촛불집회 때도 경찰은 최소한의 교통 소통을 이유로 율곡로에서 남쪽으로 일정 거리 떨어진 곳까지만 행진하도록 조건을 붙였으나 법원은 주최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율곡로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이 청장은 "이번에는 사전에 폭력을 계획하고 기도하는 일이 없겠지만 '너무 평화집회만 하면 무르다'며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신고를 받아 보고 허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6일 서울 집중집회에 300만명 참가를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 청장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이 경찰 고위직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세상에서 돌아가는 여러 가지 이야기 중 하나라고 본다"고만 답했다.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이 청장은 "통상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고위직 인사를 했고, 다른 부처가 하는데 경찰이 안 할 수 없다"며 "늦어도 내년 설 명절 일주일 전에는 새 지휘부가 들어서야 하는 만큼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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