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왕 루이'에서 기억을 잃은 재벌 3세 루이(서인국 분)을 만나 함께 사랑을 키우고 새로운 세상을 배워나가는 산골 소녀 고복실 역을 맡은 남지현은 "2등만 해도 기특하겠다 생각했는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매회 (시청률이) 올라가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남지현은 처음 '고복실' 캐릭터가 전작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의 '서울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망설였지만, 대본을 보고 나니 '서울이'가 떠오르지 않았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촬영이 길어지면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슬럼프도 없이, 너무나 재미있게 '쇼핑왕 루이'를 찍었다는 그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쇼핑왕 루이' 뒷이야기와 남지현의 '배우관'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남지현과의 일문일답.
- '쇼핑왕 루이'가 초반 부진을 뛰어넘고 시청률 역전을 이뤄냈다. 기분이 어땠나.
"2등만 해도 기특하겠다 생각했는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매회 올라가는 걸 보고 감탄했다. 시청자 분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되려. 시청률이 오를 때가 저희 촬영 중이라 실감할 틈은 없었다. 1위하던 날에도 '저희 1위했어요?' 하고 바로 '리허설 하시죠!' 이렇게 됐다. (웃음) 1위 하는 순간은 정말 신기했다. 이게 정말 되는구나, 해서 되게 많이 놀랐다.
- 시청률 변화가 연기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나.
"자기 스스로 의심하지 않으면서 연기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시청률에도) 영향 받긴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저희가 최저 시청률에서 1위가 되면서 (현장) 분위기가 고조됐을 수도 있는데, 처음-중간-끝 다 변화가 없었다. 그저 '웃긴 감동드라마 하나 찍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첫 시청률 나왔을 때도, 1위 했을 때도 변화가 없었다. 현장 분위기가 고정돼 있어서 좋았다."
- '고복실'을 왜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시놉(시스) 받아들고 진짜 맨 처음에 든 생각은 서울이('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남지현 배역)랑 너무 비슷하다는 거였다. 일단 대본을 빨리 받고, 비슷한 느낌이 있으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대본 보고 나서) 저는 완전히 다르게 느꼈다. 복실이게서 서울이가 떠오르지 않았다. 시청자 분들도 저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지금 제 시기와 큰 흐름 속에서 적합한 작품인지를 보는 편이다. 그건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인데, 막상 작품 선택을 할 때에는 느낌이 되게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루이와 복실이가 너무 귀여웠고, 제가 이걸 하면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원(윤상현 분)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함께 연기를 소화해야 하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배우들은 상대방 나이나 이런 걸 잊고 촬영에 임한다. 윤상현 선배님과 찍을 때도 그냥 중원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왜 선택했냐는 질문엔 정말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 너무 재밌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놓치기가 싫었다. '쇼핑왕 루이'는 단언컨대 제일 재밌던 순간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길든 짧든 슬럼프나 과도기 같은 우울한 시기가 올 법한데 그런 게 없었다. 그냥 과감하게, 즐겁게, 재미있게 해 보자' 하면서 마음 편히 찍었다."
- 본인이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하는지.
"만약 익숙한 경험을 같이 한 캐릭터면 훨씬 더 접근하기가 쉽지만 제가 한 번도 못해본 경험을 해 본 캐릭터가 대부분이라 상상을 많이 한다. 분석이라기보다는 사소한 부분까지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버스에 탔다고 하면, 복실이가 이 버스에 탔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이런 식이다. 대본을 여러 번 보면서 이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또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를 통해서 뭘 보고 싶은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 '쇼핑왕 루이'에서는 배우들의 전작 코드나 대사 같은 게 자주 등장했다.
"인국오빠가 일진 애들한테 전화할 때 양정도(38사기동대에서 서인국 배역)처럼 했다가 루이로 돌아오고 그런 씬이 있었다. 작가님이 그렇게 써 놓으면 배우도 알고 감독도 아는 거다. 이걸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녹여낼까 고민한 후 현장에서 만들어내는데 호흡이 진짜 잘 맞았다. 작가님이 조금 비현실적인 상황을 던져줘도 아예 동화처럼 가 버리거나 반대로 현실성을 더하기도 하면서… 그런 합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레드카펫 키스씬 때 원래 대본에는 레드카펫을 제가 처음부터 밟고 올라가 재회하는 걸로 돼 있었다. 근데 촬영 때 시민 분들이 지나가면서 다 피해가시는 거다. 뒷걸음질치거나. 저 역시 루이가 오는 줄 몰랐으니까 (레드카펫을 보더라도) 자기 것인 줄 모르고 피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말씀 드렸는데, 그걸 인국오빠가 보고 '야 바보야, 네 꺼야. 안에 들어와서 걸으라고 말을 할게'라고 했다. 실행에 옮겨진 건 그런 것들이 있고, 또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끝나는 씬이 있다. 제가 말했는지 오빠가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동안 루이와 복실은) 좋아해라고만 했지 사랑해라고만 한 적이 없으니 마지막이니 그렇게 해 볼까 해서 넣게 된 장면이다."
- 사실 드라마 촬영현장은 늘 촉박하게 돌아가서, 그때그때 '함께 만들어 가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드라마에서는 진짜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현장에서 직접 대본을 재현해서 실감나게 하다 보면 행동이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걸 감독님이 잘 받아들여주시는 분이라 가능했던 것도 있다. 엄청 빠르게 찍은 드라마인데, 엄청 빠르게 찍은 영화 현장 같았다."
- 서인국과의 호흡은 어땠나.
"호흡이 되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스타일은 좀 반대였다. 저는 대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캐릭터에 맞게 입체적으로 살리려고 하는 반면에, 인국오빠는 아이디어가 되게 많다. 디테일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저는 적혀 있는대로 실감나게 하는 스타일이고, 오빠는 적혀있는 걸 토대로 자기가 뭔가를 덧붙여서 그려낸다. 오빠를 보면서 '아 저렇게도 접근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둘 다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자기 연기를 확실히 정하는 스타일이라, 서로 상호보완이 됐다. 감독님은 중간에서 조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시고.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는데 그 작업이 엄청 빠르게 이뤄져서 가능했던 일이다."
- '쇼핑왕 루이' 끝나고 얻은 게 있다면.
"20대 목표가 그거다. 시청자, 관객들께 '이제 저 아이가 더 컸다, 성인이다'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그런 흐름 속에서 '쇼핑왕 루이'가 첫 단추를 잘 끼워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큰 그림을 잘 그렸다는 확신도 주고, 첫 출발이 좋았으니 앞으로도 잘 풀릴 것 같다는 막연한 기분좋음이 있다. 좀 더 제 자신을 믿고 제가 세우는 계획에 대해 에너지를 얻은 것 같다. 올해처럼 일정이 겹친 적이 없었다. 스크린과 TV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게 처음이어서 되게 바쁘고 정신없었다. 많은 걸 생각하게 된 것 같다."
- 아까 배역 선택할 때 '자신의 시기와 흐름 속에서 고민한다'고 했다.
"1번으로 고민하는 건 '이게 나한테 어울릴까' 하는 거다. 시청자나 관객 분들이 이 역할을 하는 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되면 이전 작품 캐릭터와 비슷한 걸 계속 찾아서 할 수 있으니,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가를 본다. 2번은 인식의 변화를 드릴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건 시청자 분들이 결정해주시는 거니까 제가 크게 고민하진 않는다. 복실이도 마찬가지다. 무리없이 받아들이실 것 같았다. 서울이랑 비슷하지만 훨씬 더 로맨스 이야기여서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고르게 됐다."
-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작품이나 장르가 있는지.
"제가 딱 원하는 것이 있어서 '이번엔 이걸 해야 돼!' 이러지는 않는다. 제가 처한 상황과 때를 보고 최선을 다하즌 주의라, 같이 해 보고 싶은 배우나 장르 물었을 때 할 말이 없다.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당연히 고민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 이게 1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 스무살이 되면 로맨스물을 해 보고 싶단 생각은 했다. 아역 땐 못해 봤으니까. 복실이 같은 경우에도 20대 초반에만 할 수 있는 풋풋한 사랑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와중에 적절하게 와서 '이거다!' 싶었던 거다. 사실 저희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보니까,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들어오는 것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편이다. 틀릴 때도 있고 맞을 때도 있는데 작품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하지 않는다."
- 미니시리즈 주연을 했는데, 이 다음에 뭘 할지가 궁금하다.
"주연, 조연 이런 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캐릭터가 어떻느냐가 더 중요하다. (주조연 모두) 각각 얻는 장점이 있다. 짧고 강렬하게 나왔다가 사라지는 역할이 주는 장점이 있는데 그게 '터널'이었고, 조연이어서 좋았던 게 '고산자', 주연으로 얻었던 게 '루이'였다. 3개를 하면서 각각 장단점이 있었지만 공통점으로 얻었던 건 '후회가 없었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