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과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입장에 따르자면 검찰 수사 결과는 '상상과 추측'의 산물일 뿐이고, '성급하고 무리하게' 발표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지난주 검찰 조사를 거부한 쪽이 박 대통령 쪽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책임 전가는 타당성에 의문을 낳는다.
박 대통령 측은 또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유 변호사)고 선언했다. 여기서 '중립적'이라는 표현도 향후 수사기피의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중립적이지 않은 특검이면 그 역시 비협조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탄핵을 불사하겠다는 정면 대응의지도 밝혔다. "국정 혼란이 가중되는 경우라면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대변인 브리핑)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검찰 발표 뒤 청와대 참모진과의 협의를 거쳐 이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협의 과정에서 일부 참모는 '검찰이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날과 전날 이틀 간 유 변호사를 면담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변호인을 통해 확인된 박 대통령의 입장은 자신의 대통령직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각 퇴진'은 없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다. 중립적 특검을 임명하는 것도 대통령의 권한이고, 탄핵 심판을 받는 수개월간 비록 직무정지 상태일지언정 대통령직은 유지된다.
특히 탄핵 절차 수용 입장은 국회의석 분포나 헌법재판관의 인적구성 등을 감안한 장기 포석으로 이해된다. 국회 의결과 헌재 결정까지 최장 6개월간 지지세력 결집과 정계개편 등 유리한 국면이 도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는 동안 국정 혼란만 가중된다는 데 있다. '납세거부 운동'이 거론되는 등 민심이반이 극심한 상태에서 내치 능력은 지속 저하되고, 외국 정상과의 회담 등 외치 면에서도 국가이미지 실추 논란이 불가피하다. 70%를 넘는 탄핵 찬성여론에 비춰 국민과 국가를 볼모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여권 관계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고 국정혼란을 방치하는 게 타당한 논리냐"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