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피의자' 박근혜 대통령…결단할까, 대적할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으로 결론 내리고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20일 “박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최순실 등 3인의 공소장에도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부분을 적시했고, 현재까지 확보된 진술과 증거물 등을 토대로 공소장 내용을 99% 입증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인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된 것은 대통령이 권력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이자 주범었음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롯데 신동빈 회장과 독대해 70여억원을 내라고 직접 요청한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친구 부모 회사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좋은 회사라면서 현대차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직접 얘기한 것으로 적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공소장에 제3자뇌물죄가 빠진 것은 검찰이 타협한 흔적이 엿보여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지만 검찰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보면 이미 탄핵상태에 빠진 것과 다름없다.

대기업 강제모금이나 청와대 기밀유출 등 각종 범죄 사실과 관련해서는 이미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이나 다이어리,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폰 음성파일 등 각종 증거자료를 통해 대통령의 깨알같은 지시사항이 있었음이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피의지로 전환된 박 대통령은 검찰의 대면조사에 신속히 응하고, 검찰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은 재직중 내란,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 불소추 특권이 있을 뿐이지 진실 규명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특권까지 부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직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드러난 범죄사실 만으로도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 여기에 향후 검찰수사와 특검을 통해 뇌물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짙어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수행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수뢰죄 및 기타 중대한 범죄를 포함시키고 있다.

현직대통령이 국정농단 세력과의 공모 의혹 속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이미 4주째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인파가 전국을 뒤덮고 있는 등 민심이반도 심각한 수준이다. 외신도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에 연일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국익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정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다음달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의 정상적인 외교행보가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론도 비등하다. 피의자 신분의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뿐더러 피의자 신분의 국가원수가 내놓는 외교적 약속을 상대국 정부가 얼마나 신뢰할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탄핵에 착수할 태세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탄핵사유가 충분하다며 야3당에 탄핵추진을 요청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도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절차에 착수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탄핵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국익훼손과 혼선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질서있는 퇴진이든, 하야든 청와대가 거취를 결단하는게 국가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어 온 권력형 비리.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우리 국민들 살 맛 안나게 힘 빠지게 하는 그런 일, 또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망신입니까 이게.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주권자인 국민에게 했던 말이다. 경제민주화와 측근비리 척결을 표방하고 당선된 박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때다.

결단할까, 국민과 대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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