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는 승강제 도입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순위 경쟁의 치열함을 더하고 관중들의 보는 즐거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함이었다. 리그 종료와 함께 시작되는 클래식과 챌리지 팀의 승강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K리그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치러진 3차례의 승강전에서는 모두 챌린지 팀이 웃었다. 챌린지 팀 승격의 포문을 연 것은 상주 상무였다. 상주는 강원FC를 제압하고 클래식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이듬해에는 광주FC가 클래식 경남FC를 따돌리고 승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5년에는 수원FC가 주인공이 됐다. 부산 아이파크를 만난 수원은 1, 2차전 합계 3-0으로 승격에 성공했다. 챌린지 3팀은 웃었지만 클래식 3팀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시즌 승격 플레이오프.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성남은 안방에서 열린 강원FC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로 비겼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다.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던 성남은 홈에서 승리를 낚아 잔류를 확정하려 했지만 그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반면 강원은 2013년 강등 이후 4년 만에 승격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성남의 강등은 충격적인 결과다. 성남은 K리그에서 최다 우승 기록(총 7회)을 보유한 명문구단이다. 국가대표 출신인 김두현과 황의조 등 선수들의 기량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패기로 뭉친 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초반은 성남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성남은 전반 3분 문전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날카로운 슛으로 연결하며 강원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주도권을 잡은 성남은 강원의 역습작전을 끊어내며 계속해서 골문을 위협했다.
성남 공격진의 가장 좋은 장면은 전반 11분에 나왔다. 황의조가 강원 문전으로 올려준 공을 김현이 머리에 정확히 맞혀 가운데로 파고들던 조재철에 연결했다. 발에 맞추기만 한다면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조재철의 볼 트래핑이 좋지 못했고 공은 골키퍼 품에 안기고 말았다.
성남은 전반 14분 정선호가 프리킥으로 올려준 공을 김태윤이 머리에 맞추며 슛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골문 옆으로 빗나갔다.
전반을 0-1로 마친 성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장 김두현을 투입하는 등 반전을 꾀했지만 오히려 강원의 역습이 더 날카로워졌다. 성남의 계속된 공격은 강원 수비진에 막혔고 힘들게 만든 찬스 역시 마무리가 깔끔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성남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후반 32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공을 두고 김두현과 황진성이 키커로 나섰다. 김두현이 먼저 발을 떼고 공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김두현은 그대로 공을 지나쳐갔고 뒤에 버티고 있던 황진성이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차서 강원의 철벽을 마침내 뚫어냈다.
기세를 잡은 성남은 이후 더욱 거칠게 강원을 압박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가 찾아왔다. 후반 39분 강원의 마테우스는 강력한 슈팅으로 성남의 골문을 조준했지만 크로스바에 맞고 나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성남은 설상가상으로 후반 44분 안상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분운까지 겪었다.
성남을 임시로 이끌고 있는 변성환 코치는 경기 전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우리가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오히려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담감이 없었다던 성남. 하지만 잔류의 희망 역시 없었던 성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