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힘차게/ 진군하는 신 새벽에/ 승리의 깃발 춤춘다/ 몰아쳐라 민중이여"
19일 저녁 6시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밝힌 60만 촛불이 일렁이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 본행사가 시작됐다.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노동자들로 꾸려진 한 노래패는 두 곡의 '민중의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먼저 부른 곡은 지난 2012년 12월 19일 개봉해 592만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피날레를 장식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였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자 우리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살아도 죽어서도 앞을 향해 전진하라/ 저 순교의 피로써 조국을 물들이리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공교롭게도 18대 대선이 치러진 날 정식 개봉한 '레미제라블'은 '치유의 영화'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신드롬을 낳았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3.6%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누르고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투표에 참여했던 국민 가운데 절반은 좌절감을 맛봤던 까닭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당대 정치 현실과, 시대모순·민중항쟁을 다룬 영화 내용을 연결지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요즈음, 이 영화가 다시 회자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둠에 찬 반도의 땅/ 피에 젖은 싸움터에/ 민중의 해방 위해/ 너와 나 한목숨 바쳐/ 노동자도 농민들도/ 빼앗긴 자 그 누구도/ 투쟁의 전선으로/ 나서라 깃발 힘차게// 독재 정권의 저 폭력에 맞서/ 외세의 수탈에 맞서/ 역사의 다짐 속에/ 외치나니 해방이여// 보아라 힘차게/ 진군하는 신 새벽에/ 승리의 깃발 춤춘다/ 몰아쳐라 민중이여"
이날 불리운 두 곡의 '민중의 노래'는 한 곡인 것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시대의 모순과 맞닥뜨린 채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시민들의 분노를 대변했다.
두 번째 '민중의 노래'를 부른 꽃다지는 1990년대 노동자·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은 노래로 자성과 연대의 가치를 일깨웠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도 시인 정지원의 작품에 가수 안치환이 곡을 붙인 것으로 꽃다지가 불렀다.
지금 시대에 들으면 위로와 힘이 될, 꽃다지가 부른 노래 5곡의 가사를 아래에 전한다. '전화카드'라는 제목의 노래는 지금은 사라진 그 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지만, 노래가 품은 가치는 여전히 소중하다는 점에서 포함했다.
꽃다지 노래 5선 |
바위처럼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의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마침내 올 해방 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민들레처럼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 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에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바로 그 한 사람이 잊어서는 정말 안돼요/ 소중한 사람들을// 이 세상 어디에나/ 태양이 비추듯이/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길을 걷다 채이는/ 돌멩이라 하여도/ 그것 없인 어떤 집도/ 지을 수 없다는 걸// 너무 빨리 혼자서/ 앞서가지 마세요/ 그렇게 혼자 가면/ 당신도 외로울 거예요// 저 뒤에 앉아서 한숨 돌리는 사람/ 바로 그 한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죠// 잊어서는 정말 안돼요/ 소중한 사람들을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내게 투쟁의 이 길로/ 가라하지 않았네// 그러나 한 걸음 또 한 걸음/ 어느새 적들의 목전에/ 눈물 고개 넘어/ 노동자의 길 걸어/ 한 걸음씩 딛고 왔을 뿐// 누가 나에게 이 길을/ 일러 주지 않았네/ 사슬 끊고 흘러 넘칠/ 노동 해방 이 길을 전화카드 한장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 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