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에 이어 19일에도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촛불혁명'에 나선 가운데 최근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 전국 100만 들불로 번져
퇴진행동 측은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서울에만 60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8만 명)이 모였다고 밝힌 뒤 집계를 포기했다.
또, 각각 10만 명이 모인 부산·광주·전주를 포함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총 36만3천 명이 모였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일대에는 피아노 연주와 판소리, 댄스공연 등 문화행사가 열리는 등 전국적으로도 평화집회 혹은 축제 형식의 집회가 이어졌다.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 앞에서는 최순실 씨의 가면을 쓴 한 시민이 포승줄에 묶인 채 "언니, 감옥에 같이 가자"고 외쳤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부터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까지 1만 명 이상이 동성로 거리를 가득 메웠다.
◇ "박근혜는 퇴진하라" 청와대까지 쩌렁쩌렁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도심에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범죄자다. 국민의 목소리다. 지금 당장 구속하라"는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청와대로 행진하던 시민들이 경복궁역 사거리(내자동 로터리)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뒤 그 자리에서 함성과 함께 구호를 외친 것.
이들의 함성은 500m가량 떨어진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경내까지 울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띈 건 지난 17일 수능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등 수험생들이 대거 동참했다는 점이다.
이날 광주에서 올라온 창덕고 3학년 지상우(19) 군은 정부서울청사 사거리(적선동 로터리) 앞에 설치된 자유발언대에서 "대학을 가려던 두 학생이 좋은 성적을 맞고도 대통령 친구 딸 때문에 떨어져야 했다"고 성토했다.
비선실세 최순실(60) 씨의 딸 정유라(20) 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과정과 학사관리가 각종 특혜로 얼룩져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
지 군은 이어 "저희 또래 304명이 바닷속에 갇힐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힐 수 없다는 대통령을 우리는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수험생을 포함한 '청소년시국대회'는 이날 오후 3시쯤 종각역 영풍문고 앞에서 열렸으며, 전국에서 '하야버스' 등을 타고 온 500여 명이 모여 함께 행진했다.
◇ 집회 이모저모…박사모, JTBC 폭행에 돈까지 받아
이후 버스에는 꽃무늬 스티커뿐 아니라 '썩 물러가라'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었고, 곳곳에는 싸인펜으로 쓴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낙서도 새겨졌다.
하지만 이는 몇 시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지나던 시민들이 직접 스티커를 떼고 낙서를 지우기 시작한 까닭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온 백모(28) 씨는 "(스티커를) 붙인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의경들한테 악의는 없고 옆에 여성분이 떼고 있길래 저절로 손이 갔다"고 말했다.
종이컵에 끼운 양초나 플래시를 켠 스마트폰뿐 아니라 'LED 촛불'을 든 시민들도 특히 눈에 띄었다. 최근 페이스북 등에서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에서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한 발언에 반발해, "LED 촛불을 들자"는 주장이 이어진 바 있다.
한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손바닥 헌법책을 판매하는 상인도 눈길을 끌었다. 이 상인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며 헌법책을 1500원에 팔았다.
앞서 이날 오후 2시쯤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 등 보수단체 6만7천여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1천 명)은 서울역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남대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이 남대문에서 곧바로 발길을 돌리면서 촛불시위 참가자들과 조직적인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진 않았다.
한편, 퇴진행동 측은 이번 전국 집회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26일 서울 집회에는 최대 300만 명까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별도로 사상 첫 '정권 퇴진'을 내건 총파업에 30일 돌입하며, 각 대학 교수단체나 총학생회에서도 동맹휴강·휴학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