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행진을 멈추고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인근에 세워진 경찰차벽에 붙은 스티커를 손으로 직접 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온 백 모(28) 씨는 "(스티커를) 붙인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의경들한테 악의는 없고 옆에 여성 분이 떼고 있길래 저절로 손이 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 모(26) 씨도 맨손으로 차벽에 붙어 있는 스티커 자국을 문지르고 있었다.
박 씨는 "어차피 내일 (스티커를) 떼는 사람들도 윗사람이 아닌 의경일 것이고, 또 운전하는 데 위험할 수 있어 떼고 있다"고 전했다.
덕성여대에 다니는 김 모(21) 씨 역시 "차에 낙서해놓으면 나중에 고생하는 건 의경과 아랫사람들일 것 같아서 1시간째 떼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현섭(30) 씨는 "목소리를 내는 건 좋지만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시위의 의미를 퇴색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높게 점프해 차벽 위쪽에 붙은 스티커를 뗐다.
대학 졸업반 이 모(24) 씨도 "오늘 시위는 경찰이 아닌 대통령과 비리세력들에게 국민의 불만을 알리는 자리"라면서 "스티커 하나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에 오점이 남게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부터 개나리, 나팔꽃, 국화, 무궁화, 장미 등의 그림 스티커를 경찰차벽에 붙였다.
이날 종로구 내자동로터리에서 벌어진 자유발언에서도 시민들의 선진적인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전남 여수에서 온 대학교 2학년 학생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민의식 대단하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이 나라 태어난 게 너무 좋다"면서 "여러분 사랑합니다"를 연발했다.
발언 이후 한동안 길거리는 "귀엽다", "저도 사랑해요" 등 시민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서울에 60만 명(경찰 추산 17만명), 부산·대전·광주 등 각 지역에 35만 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