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18일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신임 참모진과 정종휴 주교황청 대사 등 대사들에게 각각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하는 등 국정 수행의지를 이어갔다. '엘시티 비리 사건' 수사지시, 연이은 차관 인사 단행 등 사흘째 국정 재개행보를 잇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국무회의도 주재할 공산이 크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도 기정사실화돼 있다.
100만 촛불집회 뒤 대변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박 대통령이 '하야 불가'를 선포한 셈이다. 때맞춰 친박계 심복을 비롯한 지지세력이 박 대통령의 민심 외면 행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7일 "여론몰이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인민재판"이라고,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민심을 폄훼했다. 정홍원 전 총리도 "마녀사냥이 아니고 뭐냐"고 비아냥댔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우익단체 70여곳은 19일 서울에서 '맞불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친박계의 반격, 우익세력의 '총궐기'는 시기적으로 박 대통령의 검찰조사 연기 요구(15일)나 엘시티 수사 지시(16일)와 시기상 맞물린다.
이는 대놓고 지지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샤이 박근혜'(숨은 지지층)에 대한 신뢰가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최악인 5% 지지율로 고착된 동안,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역시 31%라는 상한선을 돌파하지 못한 채 횡보하는 중이다. 일부 청와대 참모는 '내가 그 5% 중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지지자들의 격려전화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불퇴 기조' 아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는 그대로 강행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확정도 밀어붙이는 경우 이념전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 '대통령 대 국민'의 대결 구도가 '국민 대 국민'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 대통령이 지지세력과 나머지 국민을 갈라치고 있다"(여당 비박계 인사)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직전 유세에서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 5000만 국민의 역량과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