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들리는 말이다. 국민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신의 지인인 최순실 씨에게 주요 연설문을 상의하고 최 씨의 이름으로 미용 주사제를 대리 처방 받았으며, 국내 굴지 대기업들을 압박해 수천억원을 출연받았다는 '막장'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였던 촛불집회에서 국민들은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심까지 드러냈다.
'최순실 사태'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은 국민들의 '부끄러움'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BBC, CNN,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수많은 외신들이 실시간으로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 속에 최순실 씨가 앉아 조종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만평을 실었다. 뉴욕타임즈는 이 만화와 함께 "한국 대통령의 조언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 기업들에게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희화화되는 상황 앞에 얼굴이 빨개지지 않을 국민은 없다.
하지만 과연 그의 '외치'는 순탄할까? 일본 아시히TV는 '친구 의혹으로 국내 혼란 와중…박근혜 대통령 일본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측근 비리로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가, 일본의 아베 총리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지지율 5%의 대통령을 과연 대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할지부터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의 '외치'에는 일관성도 없다. 대통령은 APEC정상회의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신 보냈다. 정부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불참 이유로 들었지만 앞선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1993년 1차 회의 이래 23년동안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적은 없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불참의 이유로 거론된 이유다.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렇다면 주요 주변국 정상이 빠짐없이 참석해 북핵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협력을 구할 수 있는 APEC회의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다.
'외교'란 쉽게 말하면 국민의 뜻을 대표해 협의하는 일이다. 외치는 '나라의 얼굴'인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대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낼 수 있다. 촛불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면서도 국정과 외치를 자기 뜻대로 밀어붙이는 박 대통령의 말이 무책임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들리는 이유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외치 운운'이, 국민들에게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부끄러움은 국민만의 몫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