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삼성이 '권력서열 1위' 최순실 씨의 존재를 언제부터 인지했는지, '대가'를 바라고 최 씨를 지원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8일 오전 삼성그룹 대관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62·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최 씨의 딸 정유라(20·정유연 개명) 씨의 독일훈련 특혜 지원 여부를 추궁했다.
또 삼성이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대가로 승마선수들의 전지훈련 비용, 최 씨가 계획하려던 스포츠센터 건립 등에 필요한 자금 2200만 유로(약 28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었다는 의혹도 장 사장을 상대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이 소속된 미래전략실은 국내 기업 정보력 1위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난 2014년 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지고 박관천 경정의 입을 통해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는 말이 나왔었지만, 최 씨가 실제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한 정황은 최근 들어 드러났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해 이미 최 씨 딸 정 씨의 승마 자금까지 지원할 정도로 최 씨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 삼성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동원됐다.
그룹의 '뇌'라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그룹 계열사들이 실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이 운영된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 널리 퍼진 사실이다.
검찰이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최 씨 모녀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검찰은 이미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대한승마협회와 한국마사회를 '한 축'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장소를 보면, 검찰 수사의 포인트(초점)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6일 박 사장을 2차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배경과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며 그룹 '윗선'의 개입을 시사하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최 씨에게 협박당했다"던 기존의 진술을 바꾼 것이다.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최순실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이 승인됐을 때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코레스포츠'를 설립했고, 코레스포츠가 삼성으로부터 186억 원을 지원받는 내용이 담긴 전지훈련 지출계획서를 제출한 뒤 삼성전자로부터 35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최 씨를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검찰 수사로 밝혀질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권력실세(최순실)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삼성 임원(승마 관련)을 교체할 만큼 정유라 씨의 지원 문제로 협회와 갈등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승마 협회 임원으로부터 협박 등을 받고 나서야 최 씨의 실체를 알게 되었으나, 지원금은 청탁과 대가를 바라보고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