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은 어떻게 우리를 창의적으로 만드는가

신간 '지금 느낌이 답이다'

'지금 그 느낌이 답이다'는 우리가 그동안 관심 갖지 않았던 비이성적인 측면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준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 바스 카스트는 직감, 무의식, 감정의 영역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사례들을 들려주며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성이 우리가 믿는 것만큼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고 말하며 직감과 무의식,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오히려 좋은 선택의 결과를 보장한다는 논쟁적인 연구 결과들을 보여준다. 즉, 이성보다 직감이, 의식보다 무의식이 우리의 진정한 욕망을 반영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의식 속에 있는 자신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탐험하고, 이를 통해 내가 알아채지 못한 나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감정은 우리가 상황에 맞는 생각과 판단을 하도록 인도한다. 감정은 또한 창의적 사고의 엔진과도 같다. 감정의 변화는 새로운 시선과 인식을 만드는데, 창의성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르게 보고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나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감정과 싸우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광기나 우울증으로까지 치닫는 심한 감정 기복에 시달린다. 감정의 기복은 현실을 늘 다르게, 새롭게 보는 그들의 재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책은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굳이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냥 이성의 잔소리에 휘둘리지만 말고 그것을 적절히 억누르는 한편, 자신이 최고로 논리적이고 모순이 없으며 깔끔하게 정리된 논리의 연쇄고리인 양 행동하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들은 주변의 자극에 지속적으로 마음을 연다. 겉보기에 중요하지 않은 자극이라도 똑같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들은 외부 세계의 자극에만 개방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 세계'의 자극에도 마음을 활짝 연다.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아이디어와 특이한 연상에도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창의적 천재들은 그렇게 비이성적인 힘들과 더 자주 접촉한다. 심지어 스팸이나 미친 아이디어에도 의식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창의성이란 이미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단지 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 조건이란 바로 이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직관과 감정에 주목하고 지금 그 느낌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자신의 무의식과 직관에 귀 기울이고, 거기서 나온 생각들이 이성에 닿을 수 있도록 감정에 충실하다면 우리는 누구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무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들을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것을 주문한다. 그 표현이 때론 그림이 될 수도, 때론 음악이 될 수도, 때론 춤과 같은 몸의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표현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창의성도 발현되지 않을까?

책 속으로

가슴에게는 머리가 모르는 정보가 많다

1980년대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폴게티 박물관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미술 거래상이 박물관 측에 그리스 조각상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그 조각은 키가 족히 2미터는 되는 벌거벗은 청년이 왼쪽 발을 살짝 앞으로 내민 쿠로스상이었다. 이 조각상에 대해 거래상은 1,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요구했다. 당연히 박물관 측은 작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자현미경, 질량 분석기, 방사선 회절 조사, 방사선 형광 조사 등 첨단 장비들을 이용해 대리석상 구석구석을 살폈다. 결과는 확실했다. 작품은 진품이었다. (중략) 진품 여부를 조사한 끝에 쿠로스상을 박물관으로 들여오기로 정했다. 그런데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직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임 관장이 조각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순간 그가 처음으로 떠올린 단어는 ‘새것’이었다. 그들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추가 조사 결과 조각상은 로마의 위조 공장에서 만든 위조품이었다. (중략) 결국 1년여에 걸친 과학자들의 분석이 아무 소용없었던 셈이다. 반면 몇 명의 미술 전문가들은 아주 짧은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그들이 이용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감각과 직관, 직감이었다. (본문 52~53페이지 중에서)

당신의 욕망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실험을 통해 이 사진 테스트를 개발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무의식의 욕망에 다가가는 테스트이다. 이런 욕망을 얼마나 마음껏 발산하느냐는 각자가 알아서 할 노릇이지만 욕망 그 자체는 세 가지 기본 범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성공’, ‘애정’, ‘권력’이다. 당신의 무의식이 성공, 애정, 권력의 유형 중 어느 쪽을 향하는지를 알기 위해선 조금 전 당신이 적은 이야기를 분석해보아야 한다.
성공지향적인 사람들은 어떤 일을 그 일 자체를 위해 완수해내고자 한다. 따라서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그런 직업을 선호한다. 명령이나 지시는 딱 질색이라고 느낀다.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알아내고 싶어 한다. (중략) 애정을 지향하는 인간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가 될 때 행복을 느낀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특히 자주 눈을 맞추고 상대에게 외면당했을 때 큰 상처를 받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르는 대규모 집단에는 별 매력을 못 느낀다. 둘이 있을 때, 혹은 개인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소집단에서 훨씬 신이 나고 행복하다. (중략) 마지막 세 번째 범주는 권력이다. 권력이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똑같이 최고가 되려고 해도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최고가 되려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성공지향적 인간, 후자는 권력 지향적 인간이다. (본문 78~80페이지 중에서)

중요한 결정일수록 이성을 믿지 마라

우리의 자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차원으로 나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언어 자아와 경험 자아이다. 언어 자아는 나를 말하는 자아이다. 자신을 의식하고 우리 사회가 바라는 바를 지향한다. 우리는 언어 자아를 이용해 ‘변호사가 될 거야’라거나 ‘커리어우먼이 될 거야’라는 식으로 의식적 목표를 정한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반드시 내면의 욕구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내면의 욕구를 알기 위해서는 사진 테스트를 하면 좋다. 이를 이용하면 우리 마음에 숨은 욕구를 조금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진 테스트는 가장 잘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와 더불어 두 가지 전략이 더 추가되어야 한다. 첫째는 자기관찰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무턱대고 물을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무의식적 호불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만하다. 내 업무도 아니고 무슨 보상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참여하는 활동이 있는가? 어떤 업무, 어떤 활동을 할 때 나는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가? (중략)
둘째는 백일몽이다. 무의식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은 앞서 살펴본 올리버 슐트하이스의 마지막 실험이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자아를 향해 떠나는 상상의 여행이다. 지나치게 고민하지 말고 꿈을 꾸어야 한다. 너무 철저하게 고민하거나 양심적으로 따지면 아이러니하게도 언어 자아만 활성화될 뿐 내면의 욕구에는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한다. 내면의 욕구에 다가가기 위해선 고민보다 명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 흔히 우리는 백일몽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목표일수록 의식적 이성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 (본문 113~114페이지 중에서)

바스 카스트 지음 |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48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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