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등 기소 전 조사는 불발되면서 재단 기금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모 관계만 공소장에 적시해 1차 압박을 한 뒤 공소장 변경 옵션을 꺼내드는 전략이 될 수 있다.
◇ '대통령' 이름만으로 뇌물죄 적용 가능
일단 강제모금을 직권남용 혐의로 했지만, 대가성 입증을 위해 재벌 총수들을 줄소환했던 만큼 뇌물죄 적용을 위한 길은 터뒀다.
뇌물죄가 적용의 문을 열기위한 검찰에겐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의 법리 구성이 '열쇠'가 될 수 있어 보인다.
1996년 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한 기업인들을 모두 뇌물죄로 처벌했다.
그 근거는 대통령의 직무가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돈이 건네진 것 자체가 뇌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세무조사·인수합병·총수의 사면 등 청탁이나 선처를 부탁하지 않아도 뇌물이고, 청탁했을 경우 그 결과가 없어도 뇌물로 인정했다.
당시 검찰이 두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 모두를 뇌물 수수와 뇌물 공여 혐의로 법정에 세울 수 있었던 근거였던 것이다.
다만, 이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는 직접 받은 뇌물 비자금이 아닌 재단이라는 법인을 통해 모금을 한 것이라 구조가 다르다.
이 때문에 제3자 뇌물죄나 재단의 배후에 최 씨, 혹은 박 대통령을 사실상 실소유주로 보고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것이다.
강제성 입증을 통해 최 씨와 안 전 수석을 일찌감치 구속한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도 박 대통령을 독대한 재벌 총수들을 줄소환했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 등 대가성만 입증하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수 있어 보인다.
◇ 직권남용, '무소불위(無所不爲)' 대통령 직무 적용
뇌물죄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직권남용 혐의 역시 법망을 빠져나가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사건에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인' 신정아 씨의 부탁을 받아 대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했고, 신 씨에게 돈이 흘러간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변 전 실장의 기업 후원 요청이 '정책실장의 직무'로 인정되지 않아 권한 밖의 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판단돼 이 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안 전 수석의 경우에는 당시 경제수석의 직무 범위 안에 대기업 모금이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례상 청와대 경제수석의 직무는 '대통령의 경제정책 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경제부처에 지시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공모 관계가 공소장에 적시된다면 강제 모금 혐의는 어렵지 않게 '직무 범위 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