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박근혜 세일즈 외교' 가면 벗겨보니 128조원 증발

외교 성과에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순방 덕분에 계약 체결? 대부분 '뻥'
-MOU 500건 계약 아냐, 거의 중단
-"체결 예정된 계약을 순방에 맞춰"
-"3국 기업을 순방국으로 데려와 계약"
-"현지기업인 1명도 못만나, 관광만"
-"정부 요청으로 순방 성과 홍보나서"
-朴 순방 비용 575억 "내역은 비공개"
-최순실, 해외 순방 개입 이권 챙겨
-패션 외교로 朴지지율↑ "단맛 취해"
-"세일즈 외교는 대국민 사기극"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뉴스의 이면을 훅 파고드는 '훅!뉴스', 오늘도 권민철 기자가 함께 합니다. 권 기자, 오늘은 뭘 준비해 오셨나요?

◆ 권민철> 먼저 준비한 음성 몇 개 들려드리겠습니다. 이거 듣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1.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서 820억 원의 실질성과를 거뒀는데요.
2. 이란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들을 만나 경제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역대 최대규모인 6000여억 원의 성과가 창출됐습니다.
3. 한-몽골 정상회담에선 5조원 규모의 경제 협력에 합의하고….

◇ 김현정> 대통령 해외 순방 뉴스들 모은 거군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은, 이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게 있습니다. 얼마에 해당하는 경제적 성과를 냈다는 식의 홍보가 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통 '세일즈 외교', 이런 수식어가 붙었죠. 그런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가면이 하나둘 벗겨지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박근혜 '세일즈 외교'의 허상을 추적해 보려 합니다.

◇ 김현정> 박 대통령, 그 동안 해외 순방 얼마나 다녀왔죠?

◆ 권민철> 올해 9월까지 25차례, 모두 49개 나라(중복 포함)를 방문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방금 들은 거와 같은 성과가 매번 났나요?

◆ 권민철> 2013년까지는 그런 성과 이야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돈으로 환산된 경제적 성과가 순방성과로 설명됐습니다. 아마도 누군가의 제안으로 성과를 계량화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경제적 효과를 제가 더해보니까, 대략 128조 원가량 됐습니다.

◇ 김현정> 정부 발표에 따르면 128조 원? 그런 액수가 어떻게 산출이 되는 거죠?

◆ 권민철> 지난해 4월 방문했던 남미 4개국(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순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정부는 그 때, 5년 내에 연간 3조 2000억 원대 수출확대가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수출계약도 체결됐고, 그 액수가 6억 46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했었습니다.

◇ 김현정> 6억 46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거다?

◆ 권민철> 우리 돈으로 7000억 원 정도. 하지만 이 수출계약 대부분 거품이었습니다.

◇ 김현정> 무슨 말인가요?

◆ 권민철> 당시 93개의 대·중소‧중견기업이 '경제사절단' 이름으로 대통령을 따라갔습니다. 이들 기업이 모두 72건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합이 7000억 원이라는 게 정부 발표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을 취재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이 아니었다고요?

◆ 권민철> 지방에 있는 어느 섬유 기업의 경우 정부가 이렇게 홍보했었습니다.

"콜롬비아를 여섯 번 방문하는 등 계약 체결에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이번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고 대통령이 회사 부스까지 오셔서 **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바이어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셔서 28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3건의 계약이 진행 중이다. 페루에서도 대통령의 깜짝 방문으로 현장에서 계약이 이뤄졌다."(위클리 공감)

그런데 회사 측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들어보시죠.

기업: 지금 계속 샘플내고 있는 중입니다. 수출 이란 게 1년 이상 걸립니다. 샘플로 컨펌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그럼 이 게 계약인 건가요?
기업: 계약이 아니죠. 샘플이 완성돼야, 계약이, 발주 계약이 나오는 거죠.

◇ 김현정> 뭔가 오고가고 있는 중이라는데, 그럼 계약이 아니고 뭐가 체결됐던 거에요?

◆ 권민철> 계약이 아니라 MOU(양해각서)였습니다.

◇ 김현정>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거잖아요?

◆ 권민철> 맞습니다. 쉽게 말하면, 결혼이 수출계약이라면, MOU는 선보는 거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선보는 것과 실제 결혼하는 거는 하늘과 땅 차이죠. 그런데도 정부는 선본 걸 결혼으로 포장한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거품이다? 혹시 이 기업만 그런 거 아닐까요?

◆ 권민철>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가 연매출 보다 많은 계약을 따낸 수출 '대박' 기업으로 홍보한 곳인데, 이 곳과의 통화 내용도 들어보시죠.

기업: 그쪽에 사정이 생겨가지고, 말씀 드리기가 복잡한데요.
기자: 사정이 있어요?
기업: 내부 사정이 있어서, 현지 에이전트가 컨트롤하는데 애로가 발생해서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이분도 그렇고, 앞에 분도 그렇고, 말이 길어요. 할 말이 없어서?

◆ 권민철> 그렇죠. 수출계약이 아닌, MOU라서 그런가 봅니다. 언제든 없던 일로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대통령이 가면, 없던 수출 계약이 뿅 하고 나타나고 했던 건데, 그게 기적이 아니라 눈속임이었던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9월까지 25차례 29개국을 방문했다. 해외순방에 575억 원이 지출됐지만,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스마트뉴스팀, 자료 제공=민주당 김경협 의원)
◇ 김현정> 대통령이 25차례 해외 순방했다고 했는데, MOU가 몇 건이나 체결됐죠?

◆ 권민철> 제가 전부 더해 보니까 500건 정도 되더군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MOU 체결은 후진국 방문일수록 많다는 겁니다. 아마도 우리 요구로 체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MOU 말고 순방 성과에 낀 다른 거품도 있던가요?

◆ 권민철> 기업들이 해당 국가의 기업과 이미 체결하기로 했던 계약을 순방에 맞춰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별기업의 노력으로 나온 성과가 마치 대통령 순방의 결과물로 둔갑이 되는 거죠. 이런 경우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대통령 순방이 기업들의 활동을 되레 방해하는 거라고 봐야겠죠. 다른 기업 쪽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부와 연결된 사안은 아니고요. 원래부터 별개로 저희가 사업했던 부분입니다. 당시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그 걸로 연관시켜 이야기 한 걸로 알고 있고요. 이미 발생했던 것을 연계시켜서 방문 목적, 성과 이런 걸로 포장한 겁니다.

◇ 김현정> 이런 말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솔직히 말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최순실 게이트가 나온 이후에야,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거처럼 말하는 걸 거예요. 이거 말고 거품이 또 있나요?

◆ 권민철> 해외 순방이 거듭될수록, 경제사절단 규모가 커진 것도 일종의 거품입니다.

◇ 김현정> 왜 그게 거품이죠?

◆ 권민철> 세일즈 외교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제사절단 규모를 갈수록 인위적으로 키운 겁니다. '사절단 규모가 사상최대다'는 매번 나왔던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4년 1월 70명이던 경제사절단 규모가 올해 5월에는 170명 정도로 100명이 더 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무런 성과 없이 헛걸음 하고 돌아온 경제인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도 들어보시죠.

기자: 현지 기업인들 몇 명이나 만났어요?
기업인: 못 만났어요.
기자: 왜요?
기업인: 컨택을 못한 거지 거기서. 미리 몇 달 전에 준비해서 파트너 만들어 주면 좋은데, 그거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임박한 거 같아요.

◇ 김현정> 순방 임박해서 같이 가자고 해서 뭘 할 수가 없었다?

◆ 권민철> 그래서 이 분, 그냥 관광만 하고 왔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지난주 최순실 씨 진료한 의사가 해외순방에 동행한 거 놓고도 말들이 많았어요. 성형외과 의사회 임원도 이 시간에 출연해서 해외 망신거리라고 했었는데….

◆ 권민철>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세일즈 외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홍보에는 경제사절단 참여했던 기업인들이 또 이용됩니다.

◇ 김현정> 어떻게요?

◆ 권민철> 정부 홍보물에 대통령 해외순방 은혜를 입은 기업, 이런 식으로 소개하고, 해당 기업인들에게는 일종의 간증 같은 것을 하게하는 식입니다. 한 기업인 이야기 들어보시죠.

기자: 정부에서 성과가 있어서 말씀 좀 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던 거 같네요?
기업인: 중소기업 모임 있어서 가서 좀 한 거예요. 두 번 정도.
기자: 스스로 하시겠다고 해서 한 건가요?
기업인: 아니요. 정부에서 그런 요청이 와서, 해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한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이 분들 대통령 따라갈 때 참가비는 누가 내나요?

◆ 권민철> 자기들이 냅니다. 앞서 들으신 분도 회사돈 500만 원을 냈다고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 분들이 중소기업인들 많은데, 가서 '나 이런 성과 있었다'고 하면, 그 것 듣고 기업인들이 몰려들고, 그러면 외교사절단 규모가 커지고, 그랬던 거군요.


◆ 권민철> 방금 전 이 기업인도 원래는 대통령 방문국의 기업이 아닌 인접 국가의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방문국으로 불러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순방 덕분에 큰 계약을 따낸 걸로 포장이 됐던 거죠.

◇ 김현정> 정말 별의별 꼼수가 다 동원됐었군요. 모든 공을 대통령에게 돌리기 위한 건데, 마치 북한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싶네요.

◆ 권민철> 그래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박 대통령 세일즈 외교를 '국민 기만행위', 즉 사기라고까지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더 희한한 거는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정상회담 하면 경제효과가 생기고, 국내에서 정상회담하면 그런 경제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똑 같은 정상회담인데도요.

◇ 김현정> 국민을 속여 왔던 셈인데, 여기에 국민들이 낸 세금이 또 들어가는 거잖아요?

◆ 권민철> 그 것도 큰 문제죠. 박근혜 정부의 이런 자아도취식 해외순방에 얼마나 썼는지,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외교부 통해 받아보니 지난 4년간 575억 원이나 됐습니다.

◇ 김현정> 575억 원이나?

◆ 권민철> 한번 해외 나갈 때 마다 23억 원씩 쓴 겁니다. 어제 오늘, 대통령 해외순방에 최순실씨 회사가 개입해 수억 원씩의 이익을 남겼다는 보도가 있었죠. 바로 이 것과 관련돼 있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썼는지, 다녀와서 투명하게 공개했습니까?

◆ 권민철> 그걸 외교부에 물어봤는데, 외교부는 구체적인 내역은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해외순방에 나서는 데는 경제적 성과도 없었는데, 그럼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 권민철> 물론 정상회담 필요성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게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다녀오면 대통령 지지가 팍팍 올랐었습니다. 바로 거기에 마약처럼 취해서 과도하게 해외순방하고, 성과도 부풀린 거 아니냐는 겁니다.

◇ 김현정> 나갈 때 마다 수천억 원 경제효과 거뒀다고 국민들 지지가 올라갔었을 수 밖에 없었을 거에요?

◆ 권민철>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조사 보면, 대체로 외교·국제관계 부분에 대한 평가가 항상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 것이 전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거고. 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대통령 해외순방 직후 지지율을 분석해 보니, 그 동안 딱 4번을 제외하고 전부 올랐습니다. 평균 3.59%포인트씩 올랐어요.

◇ 김현정> 그게 첫 이유가, 두 번째 이유는 뭔가요?

◆ 권민철> 대통령이 순방 자체를 즐겼다고 합니다. 일단 해외가면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대통령 패션 이야기가 많았죠.

첫 순방국 미국 방문 청와대 홍보물. “동포는 물론 외국인에게도 강하고 아름다운 인상을 남긴 대통령의 한복”이라는 내용의 화보가 소개됐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권민철> '패션외교'라는 말도 있었으니까요. 대통령 패션을 홍보 포인트로 삼았던 거죠. 첫 번째 순방국 미국 방문 당시 정보 홍보물 보면 "동포는 물론 외국인에게도 강하고 아름다운 인상을 남긴 대통령의 한복"이라며 화보가 소개됐고, 두 번째 중국 방문 홍보물에는 "대륙의 마음을 사로잡은 패션외교"라는 타이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시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됐고요.

두 번째 순방국 중국 방문 청와대 홍보물. “대륙의 마음을 사로잡은 패션외교”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김현정> 그 대통령 패션을 다름 아닌 최순실 씨가 도맡았다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해외순방이 최 씨의 이권사업으로 악용된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죠.

◇ 김현정> 최순실 게이트가, 대기업 금품모금, 인사전횡, 평창올림픽 개입에 이어 대통령의 수상한 사생활로 옮겨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공통점은 전부 비정상적인 국정운영 아닙니까? 오늘 보니 해외순방도 이해가지 않은 점이 많은 거 같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또 어디로 번져나갈지, 두렵기까지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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