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고민이 많다. 없는 살림으로 팀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장 양동근이 개막전부터 부상을 당했고, 1순위 신인 이종현은 부상 탓에 아직 데뷔조차 못했다.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도 4경기 만에 쓰러졌다.
최근 고민은 외국인 선수다.
밀러의 일시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기대 이상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비스가 거둔 3승 가운데 2승이 블레이클리 합류 후 나왔다. 나머지 1승도 밀러 없이 이긴 경기다.
유재학 감독도 16일 SK전을 앞두고 "밀러는 재활 중이다. 현재 6~7kg을 감량한 상태"라면서 "블레이클리가 밀러와 공헌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공수 전환이 빨라졌고, 분위기가 처진 걸 반전하는 계기가 됐다. 솔직히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블레이클리를 긴급 호출할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블레이클리는 지난 시즌 KT에서 평균 13.79점 6.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미 유재학 감독이 파악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말 그대로 없어서 부른 외국인 선수였다.
기록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SK전에 앞서 치른 3경기에서 평균 14.6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조차 "32연패 기록을 깰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처졌던 모비스의 분위기를 바꾼 일등공신이다.
유재학 감독이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유재학 감독은 "없어서 데려왔다. 득점은 13~14점 정도한다. 사실 더 해줘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래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이클리는 SK전에서 21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비록 2, 3쿼터에서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여러 차례 유재학 감독의 질책도 받았지만, 4쿼터에서도 찰스 로드 대신 뛰기도 했다. 경기는 졌지만, 그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유재학 감독도 경기 후 "로드가 지친 것 같아서 블레이클리를 썼다"면서 "그런데 툭툭 잘 올라가고, 팀도 잠깐이라도 올라와서 그냥 뛰게 했다"고 말했다.
밀러는 10월29일 LG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4주 진단을 받았다. 재활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11월말 복귀한다. 하지만 블레이클리의 활약 덕분에 밀러가 복귀해도 그대로 간다는 보장이 없어졌다. 결정의 시간까지 2주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