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은 애초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계획할 때 부지를 매입하는 게 아니라 무상으로 장기 임대할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K스포츠재단은 부지 확보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한 적이 없어, 롯데 수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부랴부랴 돈을 되돌려 준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더 실리게 됐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K스포츠재단의 자료를 보면, 재단은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위한 거점 시설을 지을 부지에 대해 '장기임대 가능한 대지나 스포츠 시설을 이용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유 부지 또는 시설'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이 롯데로부터 70억 원을 지원받으면서 하려던 사업 부지는 대한체육회 소유의 경기도 하남시 땅(5375㎡, 1628평)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 3월월 재단에서 처음 찾아와 하남에 체육시설을 짓는다며 75억 원을 요구했고, 금액을 놓고 두달 여간 실랑이 끝에 70억 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K스포츠재단 자료에는 하남 땅 역시 무상 장기임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재단 측이 급작스럽게 돈을 되돌려주면서 한 설명은 "사업에 필요한 부지 매입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었다.
애초 부지 매입은 고려하지도 않았으면서도 그럴듯하게 포장해 해명한 것이다.
◇ 커지는 수사정보 유출 의혹…우병우 개입했나
더군다나 K스포츠재단은 부지 매입이나 임대를 위해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부지임대나 매입에 대해서 접촉 자체가 없었다. 하남 부지에 대해 K스포츠재단에서 어떻게 알고 얘기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 자료에는 대한체육회에 부지 장기임대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K스포츠재단이 시설을 사용하려던 인천(남동체육관), 부산(사직수영장, 구덕야구장), 경북(대구시민체육관), 대전(충무, 한밭체육관) 부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당 단체들은 한결같이 "K스포츠재단의 부지 매입·임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민체육관 관계자는 "이미 연초에 체육관 사용계획이 다 잡혔다. 장기임대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K스포츠재단이 체육시설 건설에 필요한 부지나, 임대할 시설도 확보하지 않은 채 자금 모금에만 열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K스포츠재단이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면서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날 자금을 돌려줬다는 점에서 수사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출자로는 장모가 최씨와 골프 회동을 하는 등 친분을 맺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대통령 주변관리에 실패하며 최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와 함께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을 밝히기 위해선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보유출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돈 거래가 대가성을 전제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짙어진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으로 연결할수 있는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