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 예산 잡아라"…하야 정국 무색한 예산 전쟁

문체부 최순실표 예산 1748억원 삭감, 예산 따내기 경쟁에 국회 예결위 '대목'

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1750억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삭감됐다. 이밖에도 코리아에이드 사업 등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이 잇따라 감액되면서, 앞으로 삭감된 예산을 차지하기 위한 예산 전쟁이 국회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6일 새벽부터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 가운데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으로 분류된 1748억5500만원을 삭감했다.

이에따라 국가이미지 통합사업 예산, 위풍당당 코리아 사업 예산, 가상현실 콘텐츠 육성사업 예산, 재외 한국문화원 관련 예산 등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여기에다 관광진흥기금 등이 2132억원 감액됐고, 이에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된 공적개발원조사업인 코리아에이드 사업, 국제협력단의 새마을운동사업 예산을 각각 42억원과 3억5천만원씩 깎았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상임위에서 한 번 삭감, 감액한 예산은 다시 부활하거나 증액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앞으로 해당 사업은 더 이상 예산이 늘어날 길이 없어진 셈이다.


때문에 내년도 정부예산안 400조7천억원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때아닌 대목장이 섰다. 삭감된 최순실 예산을 따먹기 위한 지자체와 지역구의원들의 물밑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예결위는 이번 예산안 심사에 예산 낭비가 없도록 각계 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상황이다. 이에따라 벌써부터 삭감된 예산을 평창올림픽 지원에 쓰자는 주장부터, 각 지자체의 숙원사업 계획까지 갖은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사업을 사수하기 위해 예산심의 과정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로 정국이 극도로 혼란한 속에서도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예상 외로 비교적 순항하는 이유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 또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하는 문제 등 폭발력 있는 쟁점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예산안은 다음달 2일 자동부의된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산안이 자동부의되더라도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를 둘러싼 여야간의 정쟁 불똥이 예산 쟁점으로까지 옮겨붙을 수도 있어, 지금은 예산 심의가 순항하고 있지만 예산이 법정시한 안에 처리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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