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비리 엄단"…'적반하장' 朴의 노림수는?

국면전환용 겸 검찰 향한 압박 의도 있다는 관측

(사진=청와대 제공)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기피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수사 지휘권자로서 본인의 위상을 검찰에 상기시키는 한편,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이 연루됐다는 의혹 사건을 부각시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확인된 박 대통령의 지시는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는 것이다. 시민 100만명으로부터 퇴진을 요구받고 역대 최악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한 현실을 무색케 하는 '단호한' 지시다.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 의지를 고수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박 대통령은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을 임명하고, 전날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을 미국 차기정부 접촉을 위해 미국에 보내는 등 대통령직 유지에 진력하고 있다.

"검찰을 향해 '너희들이 누구 지휘를 받는지 잘 생각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순실 기소 전 대면조사를 놓고 진행 중인 검찰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이 전날 변호인을 통해 조사 연기를 통보하자, 이날 검찰 일각에서 '박 대통령 연루 혐의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고강도 압박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엘시티 수사 지시는 이 직후 떨어졌다.

나아가 엘시티 의혹에 여야를 막론한 다수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활용한 국면전환 시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가 안팎에는 여당 중진의원들과 일부 야권 인사 등 상당수 정치인이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아챙겼다는 의혹이 나돌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엘시티 비리사건과 관련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돼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사건을 대통령과 연관된 비리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의도가 어떻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지난 4일 대국민 담화)던 박 대통령이 정작 자신은 수사를 거부한 채 , 엘시티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이번 조치는 논란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국기문란 사태로 검찰 조사에 응해야할 대통령이 누구를 엄단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라며 "당장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도 부족할 대통령이 누구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말인가"라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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